BMW도 '미운털'…아이스크림 하나에 들끓는 中 민심 [영상]

입력 2023-04-21 10:42
수정 2023-04-21 11:19

'2023 상하이 모터쇼'에 최대 규모의 전시장을 꾸렸던 BMW가 아이스크림 하나 때문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중국인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21일 계면신문 등 중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한 중국인 관람객이 지난 19일 상하이 모터쇼가 열린 국립전시컨벤션센터(NECC) 현장을 찾았다가 BMW 미니 전시장 직원들이 아이스크림을 놓고 중국인과 외국인을 차별하는 현장을 목격했다며 '웨이보'에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에서 중국인 남성이 홍보용으로 나눠주던 아이스크림을 요구하자 BMW 미니 전시장 직원은 "아이스크림 제공이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잠시 뒤 찾아온 외국인 남성에게는 아이스크림을 주며 먹는 방법까지 설명했다는 것. 영상이 웨이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중국 누리꾼들은 BMW가 중국인을 차별한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 관람객이 방문한 날은 상하이 모터쇼 프레스데이(사전언론행사)가 열렸던 날로 참가 업체로부터 초청받은 전 세계 미디어, 인플루언서 등만 입장할 수 있는 날이었다.

중국 매체들은 앞다퉈 관련 소식을 전하며 반감을 부추겼다.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와 웨이보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고, '#BMW 미니 전시회서 차별대우'라는 해시태그는 이날 하루에만 1억60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BMW 미니 측은 곧장 공식 SNS 계정을 통해 관리 개선 등을 약속하며 사과했다.

BMW는 이날 웨이보를 통해 "해외에서 온 손님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주자는 의미였다"며 "내부 관리 부실과 직원 잘못으로 여러분에게 불쾌감을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BMW는 이번 상하이 모터쇼에서 전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중국 토종 브랜드 비야디(BYD)와 함께 최대 규모 부스를 꾸린 업체다. 전시장 위치도 BYD 바로 맞은 편에 자리해 행사 내내 신경전을 벌였다. BMW 미디어 발표 시간에 바로 앞 BYD 전시장에서 영상 리허설을 진행하기도 했다.

올리버 집세 BMW 회장은 지난 18일 직접 행사장을 찾아 전기차 콘셉트카인 '아이 비전 디(i Vision Dee)'를 소개하며 "오늘 중국 고객을 움직이는 것은 내일 세계를 움직일 것"이라고 말하는 등 중국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표한 바 있다.

상하이 모터쇼에서 중국 토종 브랜드와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수입 업체들이 구설에 오른 건 이번만이 아니다. 종전 '2021 상하이 모터쇼'에서도 테슬라 브레이크 결함을 항의하는 차주 시위가 이슈가 되며 SNS 상에서 중국인들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이 여성은 '브레이크가 고장났다(刹?失?)'는 의미의 중국어와 테슬라 로고가 박힌 흰색 티셔츠를 입고 전시된 테슬라 차 위에 올라가 "테슬라 브레이크 고장"이라고 소리쳤다. 결국 여성은 보안요원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갔다. 이후 여성의 시위 영상이 SNS를 통해 급속히 퍼지자, 여성을 질책하기보단 동정하는 여론이 주를 이뤘다.

테슬라 발표에 따르면 당시 이 여성은 중국 중부 허난성의 테슬라 고객으로, 전부터 테슬라 브레이크 문제를 계속 항의했다고 한다. 여성은 모델 3를 몰던 아버지가 브레이크 고장으로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차량에 올라가 시위를 벌이기 전 테슬라 부스 옆에서 라이브스트리밍(온라인 생방송)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여성이 행사장에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인 니오의 차량을 타고왔다며 '니오가 배후 아니냐'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1위를 달리던 테슬라를 BYD, 니오, 샤오펑 등 중국 토종 브랜드들이 쫓는 상황이 묘하게 맞물리면서 루머가 증폭됐다.

당시 중국 정부까지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테슬라는 결국 해당 여성과 중국 소비자들에게 공식 사과했었다. 테슬라는 올해 상하이 모터쇼엔 불참했다.


2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상하이 모터쇼가 정상적으로 열린 건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2021년 상하이 모터쇼에선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의 업체들이 불참해 축소 개최됐음은 물론 방문객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했다. 행사장 내에서 식음료 제공도 불가능했다.

올해 상하이 모터쇼에선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니라 마스크를 쓴 방문객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또 부스를 차린 대부분의 업체들이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커피나 음료, 아이스크림 같은 간단한 다과를 준비했다.

상하이(중국)=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