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접근하기 불편해 활용도가 높지 않던 서울 노들섬이 예술과 문화 중심지로 거듭난다.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섬을 대규모 수상 예술무대와 노을 전망대 등을 갖춘 서울 관광의 랜드마크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들섬에서 해외 관광객과 시민들이 대규모 K팝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20일 시청 본관에서 국내외 건축가 7개 팀이 제안한 노들섬 리모델링 디자인을 공개하는 ‘노들섬 디자인 공모 대시민 포럼’을 열었다. 통상 관공서에서 나오는 개발 디자인 공고는 금액을 먼저 정해놓고 디자인 공모를 받는다. 이번엔 틀을 깼다. 시민들이 디자인을 고르면 이에 맞춰서 사업비를 결정하기로 했다. ○반지, 징검다리 등 다양한 콘셉트시민들에게 시안을 선보인 7개 팀은 서울시가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라는 평판을 듣고 ‘섭외’한 이들이다. 국내 네 팀, 해외 세 팀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노들섬을 방문해서 걸어보고 현재 있는 라이브하우스, 주차장 등의 현황을 확인했다. 디자인 작업에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4개월 걸렸다.
서울시는 수상 예술무대, 보행교, 노을 전망대, 바운드리스 쇼어, 팝업 월 등이 꼭 있어야 한다는 등의 주문을 넣고, 이런 요소를 어떻게 배치할지는 건축가들이 결정했다.
15분씩의 발표를 통해 공개된 시안은 대부분 노들섬을 서울 문화예술 공연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기획이다. 현재 노들섬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접근성을 크게 개선한 점도 눈에 띄었다. 나은중·유소래 씨(네임리스건축사무소)가 구상한 ‘나들노들’ 기획안은 노들섬 북쪽에는 연결보행로, 서쪽엔 노을전망대와 야외예술무대 그리고 원형극장 등이 생긴다. 동쪽으론 다목적 공연장과 한강 생태관 등을 배치하는 징검다리 콘셉트다.
스페인 세비야에 메트로폴 파라솔을 기획해 명성을 얻은 위르겐 마이어는 워터타워, 스케이트파크 등이 포함된 ‘노들 예술섬’을 제안했다. 김찬중 건축가는 노들섬 위로 캡슐 형태의 관람차가 이동하는 ‘노들링’ 아이디어를 제출했다. 서울시가 상암동에 짓겠다고 한 ‘서울링’과 형태가 비슷하다. 이외에도 강예린+SoA, 신승수(디자인그룹오즈), 비양케 잉겔스(덴마크), 토머스 헤더윅(영국)이 이번 디자인 공모에 참여했다. ○박원순표 개발 ‘대수선’노들섬 개발 사업은 시장이 바뀔 때마다 방향이 틀어졌다. 서울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시장으로 재임하던 2005년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벤치마킹한 대규모 공연시설을 노들섬에 조성하겠다고 처음 계획했다. 2006년 시장으로 당선된 오 시장은 이를 ‘한강 예술섬’으로 확대하려 했다.
그러나 2011년 당시 박원순 시장은 오페라하우스 설립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고 한동안 노들섬을 주말농장으로 썼다. 비판이 이어지자 서울시는 2019년 9월 노들섬을 복합문화공간 ‘음악섬’으로 개선했지만 그다지 활성화되지 못했다. ‘매력도시 서울’을 강조해 온 오 시장은 “서울을 찾은 관광객 사이에서 ‘볼 게 없네’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을 거듭했고 노들섬을 이번 임기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로 점찍었다.
서울시는 이번에 제출된 아이디어 가운데 한 가지 기획안을 채택할 수도 있고 일곱 개 시안에서 각각의 요소를 취사선택해 조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과 전문가 의견을 들어 6월께 최종 결정한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