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번호 적어 경조사 알린 태백시장·장흥군수…권익위 "행동강령 위반"

입력 2023-04-20 14:49
수정 2023-04-20 14:51


건설업자 등 지역주민에 계좌번호가 찍힌 청첩장·부고장을 보낸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사실이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드러났다.

권익위는 최근 경조사 통지 관련 논란이 있었던 이상호 강원 태백시장과 김성 전남 장흥군수의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사실을 확인해 감독기관인 강원도와 전라남도에 통보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앞서 권익위는 지난달 27일부터 2주 동안 해당 자치단체에 대한 공무원 행동강령 이행 실태를 긴급 점검했다.

공무원 행동강령은 원칙적으로 공무원이 직무 관련자나 직무 관련 공무원에게 경조사를 알리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다만 직무 관련성이 없거나 친족, 전·현 근무기관 소속 직원, 자신이 속한 종교·친목단체 회원 등에 한해 경조사 통지가 가능하다.

또한 경조사비의 경우 축의금·조의금은 5만원, 화환·조화는 10만원(축의금·조의금 합산액)까지 받을 수 있다.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것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는 가액 내 경조사비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초 모친상을 당한 이상호 시장은 직무 관련자 200여명에 모바일 부고장 메시지를 보냈다. 부고장에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조문이 쉽지 않기에 불가피하게 계좌를 알려드린다’는 글과 함께 은행 계좌번호가 적혀 있었다.

부고장을 받은 직무 관련자 중에는 태백시로부터 약 5억6000만원 상당의 보조금을 받고 결산 절차를 진행 중인 업체 대표도 있었다.


김성 군수는 지난달 아들 결혼과 관련한 청첩장을 직무 관련자 100여명에 우편과 모바일로 보냈다. 청첩장에도 ‘마음전하실 곳’이라는 항목에 계좌번호가 들어 있었다. 장흥군과 1400만원 규모 수의계약을 체결해 공사 후 준공검사를 앞두고 있던 건설업체 대표도 청첩장을 받았다.

권익위는 이들 단체장이 통지 대상자 선정이나 청첩장 주소 작성, 부고장·청첩장 발송 등 사적인 일을 비서에게 시킨 것도 확인됐다.

김 군수의 경우 직무관련자 105명을 포함해 총 175명에게서 받은 축의금 약 2400만원을 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장은 금융거래 내역을 권익위에 제출하지 않았다.


이들은 현재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정무직인 이들은 지방공무원법상 징계 대상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징계가 이뤄지진 않을 전망이다.

허재우 권익위 부패방지국장은 “앞으로도 공직 사회가 공무원 행동강령을 철저히 이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점검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