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서 반도체주와 테슬라가 하락한 것은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증시 약보합 출발 예상
20일 국내 증시는 미국 기술주들의 부진한 실적 등의 영향으로 약세로 출발할 전망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는 0.3% 내외 하락 출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 증시 장 초반 일부 기술주가 실적 발표 후 하락 출발했으나, 낙폭을 축소하며 나스닥이 상승 전환한 점은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그러나 ASML이 예상을 상회한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1분기 순 예약이 전년 대비 46% 감소했다는 소식에 약세를 보이며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1.02% 하락한 점은 부담"이라고 했다. 이어 "원화 약세 기조가 확대되고 있고 이는 외국인의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국내 증시는 약보합 출발이 예상된다"며 "은행 리스크는 크게 축소됐지만 기술주들의 부진한 실적과 향후 전망은 국내 증시에 부담"이라고 했다. 그는 "테슬라의 실적 부진도 전기차 섹터에 부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늘도 지난주까지의 단기 상승에 따른 숨고르기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달러 환율 상승, 미국 테슬라 실적 결과 등을 소화해가면서 업종별 차별화 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 혼조세 마감
19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지수는 0.23% 하락한 33897.01, S&P500지수는 0.01% 내린 4154.52로 장을 마쳤다. 나스닥지수는 0.03% 오른 12157.23으로 마감했다.
전날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넷플릭스는 1분기 신규 가입자와 매출이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소식에 3% 이상 하락했다.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유료화 조치는 2분기로 미루기로 했다.
모건스탠리는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놨다. 그러나 투자은행과 자산관리 사업부 이익률이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지적에 주가는 0.7% 오르는 데 그쳤다.
팩트셋에 따르면 1분기 S&P500지수에 상장된 기업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순이익이 6.5%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0년 2분기 이후 가장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S&P500지수에 상장된 9%가량의 기업이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 중 84%가 예상치를 웃도는 순이익을 발표했다.
영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10.1% 오르며 예상치를 크게 웃돈 점도 중앙은행들의 긴축에 대한 우려를 높였다. 영국의 인플레이션 급등 소식에 영국 길트 2년물 금리가 10bp 이상 올랐고, 이는 미국 국채금리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미 중앙은행(Fed)은 이날 발표한 베이지북에서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사태 후 "은행 대출과 소비자, 기업 대출 수요가 전반적으로 감소했다"라고 평가했다.
테슬라의 주가는 정규장에서 실적 발표를 앞두고 또다시 미국 내 일부 차종의 가격을 인하했다는 소식에 2%가량 하락했다. 뉴욕에 상장된 중국 전기차 기업 니오와 샤오펑의 주가도 각각 7%, 12% 이상 하락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5월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86.7%에 달했다. 금리 동결 가능성은 13.3%를 기록했다. 테슬라 1분기 순익 급감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올해 1분기 순익이 1년 전에 비해 큰 폭으로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간) 테슬라가 공개한 1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순익은 25억1300만달러(약 3조3398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0.85달러로,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와 같은 수준이다. 매출은 233억2900만달러(약 31조42억원)로 작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테슬라가 1분기 단행한 가격 인하로 차량 매출은 늘었으나 순익은 대폭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익률이 시장 예상치에 크게 못 미쳤다.
매출액에서 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이 45억1100만달러(약 5조9951억원), 매출총이익률은 19.3%였다. 이는 2020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시장 예상치(22.4%)를 밑돌았다.
1분기 영업이익률은 11.4%로, 직전 분기(16.0%)보다 4.6%포인트, 작년 동기(19.2%)보다는 7.8%포인트 떨어졌다.
테슬라는 "1분기에 전 지역에 걸쳐 여러 차량 모델에 대해 가격 인하를 시행했지만, 영업이익률은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줄었다"며 "우리는 새 공장들의 생산 효율성 향상과 물류비용 감소를 포함해 지속적인 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차량 생산을 가능한 한 빨리 늘려 올해 연간 인도량 180만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Fed "SVB 사태 후 대출 감소"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사태 후 미국에서 대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중앙은행(Fed)은 19일(현지시간) 공개한 경기 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서 "소비자와 기업 모두 대출 규모와 수요가 대체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베이지북은 "유동성에 대한 불확실성과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다수 구역에서 은행들이 대출 기준을 강화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특히 SVB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관할 구역에서 대출 활동이 최근 몇 주간 두드러지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제 성장세가 느려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지적도 담겼다. 보고서는 "전체적인 경제 활동은 최근 몇 주간 거의 변하지 않았다"면서 고용 성장이 "다소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수 지역에서는 지난 3월 보고서보다 고용 성장의 속도가 느려졌다고 언급했다. 미 경제 활동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지출도 "대체로 (지난번 보고서와) 같거나 다소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인플레이션에 관해서는 "전체적인 물가 수준이 보통 수준으로 상승했으나, 물가 상승의 속도는 느려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보고서 내용은 Fed가 5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싣는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증시 거래대금 작년 말 세 배
국내 증시가 박스권을 돌파하는 강세를 보이자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증시로 복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주가 과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전날 12조5301억원과 14조6008억원 등 모두 27조1309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시장 거래대금은 작년 말 10조8476억원의 세 배로 불어났다.
특히 개인의 거래대금이 코스피 8조103억원과 코스닥 12조947억원 등 20조150억원이었다. 개인의 거래대금 역시 작년 말 7조원 수준의 세 배에 육박한다.
개인의 거래 비중은 코스피 63.93%와 코스닥 82.84%로 두 시장을 합치면 74.10%로 나타났다. 개인 거래 비중은 작년 말의 64.22%보다 9.88%포인트 높아졌다.
최근 개인이 장세를 이끌게 된 것은 금리가 하락하면서 저축성 예금은 줄고 주식예탁금은 늘었기 때문이다. 1년 만기 예금 금리 평균은 작년 12월 연 3.9%에서 지난주 3.2%까지 떨어졌다. 증시 고객 예탁금은 지난 2월 17일 45조8866억원에서 지난 17일 52조8915억원으로 두 달 새 7조원 넘게 늘어났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