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10배' 애플통장 나왔는데…'삼성통장'은 사실상 불가

입력 2023-04-19 18:16
수정 2023-04-20 02:18
미국에서 애플 통장발(發) 금융업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가 비슷한 상품을 내놨지만, 사실상 허가제로 손발이 묶인 탓에 경쟁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의 경쟁 기업인 삼성전자가 이른바 ‘삼성 통장’을 내놓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이 지난해 11월 하나은행과 함께 출시한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통장’은 애플 통장과 비슷하다. 애플은 애플카드를 쓰면 결제액의 1~3%를 캐시백으로 돌려주는데, 애플 통장 출시로 캐시백이 통장에 자동으로 입금된다.

네이버 통장은 은행 계좌의 잔액으로 네이버페이 결제가 가능한 상품이다. 결제액의 최대 3%가 포인트로 쌓이고, 최대 연 4% 금리 혜택도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애플이 골드만삭스와 제휴한 것처럼 하나은행과 손을 잡았다.

하지만 애플 통장에 비해 네이버 통장은 제약이 적지 않다.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예·적금 상품 판매 중개는 금융위원회 등록이 필요한데, 금융당국은 이를 ‘은행의 본질적 업무’라며 비은행에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 통장은 작년 11월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2년간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50만 계좌까지 개설이 가능한 네이버 통장이 추가로 고객을 유치하려면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재허가를 받지 못하면 내년 11월이면 네이버 통장이 사라진다.

삼성전자가 애플처럼 단독으로 ‘삼성 통장’을 선보이려면 먼저 혁신금융서비스 대상으로 지정돼야 한다. 하지만 이럴 경우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경영 금지)’ 훼손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지금도 삼성페이로 네이버페이 결제가 가능하지만 네이버페이에 연결된 통장 잔액으로는 결제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애플 통장이 국내에 출시될지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혁신금융서비스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2년마다 당국의 허가를 받는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테크기업과 금융회사의 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