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다음달 ‘노브랜드 버거’를 통해 고기가 일절 들어가지 않은 100% 식물성 버거를 내놓는다. 콩, 캐슈너트 등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대체육 패티와 치즈, 우유나 계란을 쓰지 않고도 고소한 맛을 내는 빵 등 자체 개발한 차세대 식품을 버거에 적용한 테스트 베드 제품이다. 롯데리아, 버거킹 등도 대체육 버거를 시도하고 있어 패스트푸드 시장에 비건(채식) 열풍이 옮겨붙는 분위기다.○푸드테크 기술 응축
신세계푸드는 다음달 노브랜드 버거 매장에서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든 ‘베러 버거’를 출시한다고 19일 밝혔다. 신세계푸드가 자체 개발한 대체육과 대체치즈, 식물성 햄버거 빵(번), 식물성 소스를 사용하고 동물성 재료는 배제한 메뉴다. “빵과 소스까지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든 버거를 출시하는 건 세계 버거 프랜차이즈 가운데 최초”라는 게 신세계의 주장이다.
신세계푸드는 우선 20일부터 전국 213개 노브랜드 버거 매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버거 빵을 식물성으로 전환한다. 버거 빵을 만들 때 일반적으로 쓰는 버터, 우유, 계란 등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밀과 대두, 식물성 유지 등을 활용하면서도 기존 빵 맛을 살리는 게 핵심 기술이다. 다음달엔 우유 대신 오트와 캐슈너트를 주재료로 사용한 대체 치즈를 외부에 공개한다. 이 치즈를 베러 버거에 적용할 계획이다. 베러 버거에 들어가는 대체육도 신세계가 콩 단백질로 자체 개발했다.
대체육을 비롯한 식물성 식품사업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관심사다. 신세계는 신세계푸드를 통해 2016년부터 대체육 연구개발(R&D)에 뛰어들었다.
식품 안전과 동물 복지, 지구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체육을 찾는 이들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판단해서다. 이마트는 2021년 고단백 대두 등을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 벤슨힐바이오시스템에 투자하기도 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공장식 축산 방식으로 생산한 우유, 버터, 계란은 탄소 발생량이 많을 뿐 아니라 가축에게 투여되는 항생제에 대한 우려도 있다”며 “버거 주 소비층인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식문화가 확산하는 점에 주목해 식물성 버거에 도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패스트푸드에 비건 통할까신세계푸드에 앞서 식물성 버거를 실험한 햄버거 프랜차이즈는 롯데리아다. 2019년 대체육 패티를 넣은 ‘리아 미라클 버거’를 시작으로 올 1월 패티와 빵 등을 식물성으로 사용한 ‘리아 미라클 버거Ⅱ’를 내놨다.
2019년 첫 출시 당시 소스 등에 동물성 재료가 포함돼 채식 버거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원재료를 바꿔 제품을 다시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100% 비건이란 원재료 유통과정 등 모든 과정에서 교차오염 가능성을 없애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도전”이라며 “롯데리아가 먼저 식물성 버거를 내놨지만,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기가 조심스러운 입장일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선 식물성 버거에 대한 시장성이 아직 높지 않은 것도 외식업계의 고민거리다. 버거킹이 식물성 패티를 넣은 ‘플랜트 와퍼’를 2021년 출시했지만, 넉 달 만에 판매를 중단했다. 맥도날드는 글로벌 차원에서 개발한 비건 버거 ‘맥플랜트’의 국내 판매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