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자동차와 중국 CATL의 합작 공장 설립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악용해 미국인의 세금을 중국에 퍼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포드는 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 CATL과 합작해 미시간주에 35억달러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최근 테슬라도 CATL과 손잡고 텍사스에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등 미국 기업들이 규제의 허점을 파고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제이슨 스미스 미 하원 세입위원장은 최근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에 공개 서한을 보내 "배터리 부품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서 조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CATL과 포드의 합작은 미국 기업과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IRA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포드는 "미시간 공장은 100% 자사가 소유·운영하며 CATL은 로열티만 받는 구조"라고 주장했으나, 스미스 위원장은 "CATL에 미국 납세자들의 돈이 흘러 들어가선 안된다"고 일축했다.
스미스 위원장은 현대차를 비롯해 테슬라, 아우디, 폭스바겐, BMW, 볼보, 리비안 등 10개 업체에도 별도 서한을 보내 포드처럼 '외국의 우려되는 기관'과 합작할 계획이 있는지를 물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IRA는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한해 대 당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세부지침에 따르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라도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해야만 3750달러 보조금을 준다. 나머지 3750달러 보조금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 광물을 사용해야 적용된다.
이는 중국산 배터리 등을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미국 기업이 중국 등 ‘외국의 우려되는 기관’과 미국 내 합작 법인을 설립할 경우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 그러자 포드는 보조금을 받고자 지난 2월 CATL과 손잡고 미시건주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을 건립하기로 했다. 포드는 미시간주로부터 최대 2억1000만달러의 보조금과 7억 7200만 달러의 재산세 면제 혜택까지 받는다. 테슬라 역시 CATL과 합작해 텍사스주에 배터리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기업이 잇따라 중국 업체와 손잡자 정치권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는 포드와 CATL의 배터리 공장을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트로이의 목마’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마크 루비오 상원의원은 IRA 보조금이 CATL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차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루비오 의원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에 포드와 CATL의 거래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