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캐스팅' 없이 콘텐츠 힘으로…뮤지컬 '신과 함께-저승편' [뮤지컬 리뷰]

입력 2023-04-19 14:17
수정 2023-04-29 10:35

뮤지컬 업계의 흔한 흥행공식 중 하나는 '스타 캐스팅'이다. 스타 배우 한 명만 제대로 캐스팅해도 이른바 'N차 관람'(같은 작품을 여러 번 반복해 보는 것)을 하려는 팬들이 줄을 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전 개막한 뮤지컬 '신과 함께-저승편'은 스타 배우보다 큰 콘텐츠의 힘을 보여준다. 이 뮤지컬은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만들어 앞서 2015년 초연한 이후 서울예술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같은 웹툰으로 만든 영화도 14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흥행한 바 있다.

뮤지컬은 원작의 줄거리와 캐릭터 등을 충실히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고, 그게 바로 '신의 한수'가 됐다. 젊은 나이에 죽은 망자 김자홍과 그를 사후 세계에서 변호하는 변호사 진기한이 저승에서 7개의 지옥을 통과하며 심판을 받는 내용이다. 각각의 지옥마다 짧은 기승전결을 갖춘 서사가 있고 볼거리가 다채로워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원작 콘텐츠가 지닌 힘을 잘 지켜냈다.

이 뮤지컬은 배우가 보이는 게 아니라 캐릭터가 보인다. 원작 캐릭터와 배우들의 싱크로율이 그만큼 높아서다. 변호사 진기한을 연기한 배우 권성찬부터 망자 김자홍을 연기한 윤태호, 저승차사 강림을 맡은 이동규 등 만화 캐릭터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배우들의 분장과 캐릭터 소화력이 돋보인다.


이 작품에서 또 다른 훌륭한 요소를 꼽자면 바로 무대 디자인이다. 뮤지컬의 작품성을 높인 '일등 공신' 중 하나다. 수준 높은 무대 디자인이 판타지적 배경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작품의 초현실적인 세계를 관객들이 어색하거나 유치하게 느끼지 않도록 잘 구현했다는 뜻이다.

무대 한 가운데 지름 17m 짜리 둥근 바퀴를 설치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배경을 표현했다. 바퀴 안쪽 무대 바닥엔 LED 스크린을 깔아 지옥 불구덩이와 얼음 도가니 등 각각의 지옥을 상징하는 시각 효과를 실감나게 활용했다. 다만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극장을 나와 기억에 남는 넘버(노래)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연은 오는 30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