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로 큰 사랑을 받은 배우 박서준(사진). 그는 의도치 않게 긴 공백기를 가졌다. 팬데믹의 영향 등으로 일부 예능을 제외한 작품들의 공개가 모조리 늦어진 탓이다. 특히 스크린 공백기가 길어졌다. 2019년 영화 '사자' 이후 관객과 만날 수 없었다.
그런 그가 4년만에 이병헌 감독의 신작 '드림'으로 돌아온다. 박서준은 18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나 "4년만에 개봉을 하는 거라 걱정도 되지만 엄청 설렌다"고 말했다. "작품으로 많은 관객들을 만나며 얻는 에너지가 있잖아요. 오랜만에 그걸 느끼게 돼 기쁩니다."
박서준은 '이태원 클라쓰' 이후 끊임없이 촬영을 했지만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슬럼프를 겪었다고 고백했다. "촬영은 많이 했는데 세상에 나온 게 없으니까 정체된 느낌이 들었어요. 호평이든 혹평이든 계속 들어야 일을 해나가는 의미가 있잖아요. 그런데 몇 년동안 보여줄 수 없다보니 일을 하는 이유를 잃어가는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나라도'라는 생각에 혼자 극장을 찾으며 극복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결과물들이 올해 잇달아 공개된다. '드림'을 시작으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더마블스', 넷플릭스 시리즈물 '경성 크리처'까지 나온다. 첫 스타트선은 오는 26일 '드림'이 끊는다. 이 작품에서 박서준은 축구선수 홍대 역을 맡았다. 홍대는 물의를 일으키고 선수 생활을 접게 된 후, 어쩌다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의 감독이 된다. '홈리스'는 집 없이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홈리스 월드컵은 홈리스의 자립 의지를 키우고 부정적 사회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국제축구대회다.
이 영화는 내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주연 캐릭터만 돋보이는 작품이 아니다. 대표팀 선수들 등 여러 캐릭터간의 조화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전작 '이태원 클라쓰'를 하며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순간들이 많았어요. '드림은' 전작보다는 선배님들이 많이 나오시고, 아이유 씨도 나오니까 의지할 수 있었죠. 개인보다도 호흡이 중요한 작품이라 더 하고 싶었어요."
그는 이병헌 감독에 대한 강한 신뢰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영화 '극한직업'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했으며, 드라마 '멜로가 체질'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는 '드림'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에 대해 망설임 없이 "감독님이요"라고 답했다. "그분의 스타일을 믿었어요. 감독님과 같이 작업해보고 싶었고, 작품도 너무 좋아했어요. 따뜻한 이야기라 더 마음에 들었고, 깊이 있게 생각하기보다 상황을 재밌게 표현하는 작품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박서준은 영화,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는 앞으로도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매번이 도전이에요. 안정적인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아요. 계속 도전을 해야만 이 일을 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제가 하는 일들을 좋아해주는 사람에게만 잘 보여도 절반은 성공한 거니까, 안정 대신 과감한 선택을 계속 해나갈 겁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