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약상 아닌 죽음의 인도자"

입력 2023-04-18 18:08
수정 2023-04-19 00:22
서울 강남 학원가의 ‘마약 음료’, 김해 아파트에서 재배한 대마…. 일상 깊숙이 파고든 마약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 마약 운반 범죄로 실형을 살고 있는 수감자의 자전적 소설이 출간될 예정이다.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겠다며 감옥에서 지은 책이다.

출판사 북레시피는 마약운반책 임제훈 씨의 <1그램의 무게> 출간을 위해 모금을 진행 중이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다음달 26일까지 펀딩을 진행한다. 김요안 북레시피 대표는 18일 “애초에 마약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시작된 책인 만큼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펀딩 형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편집 과정 등에 시간이 필요해 오는 6월께 정식 출간될 예정이다. 펀딩이 계획한 규모대로 이뤄지지 못하더라도 출판사의 비용으로 책은 나온다.

저자 임씨는 마약사범으로 4년간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지난해 출소했다. 그는 해외에서 마약을 판매하다 캄보디아 경찰에 붙잡혀 한국으로 송환됐다. 그는 교도소에서 연필로 기록한 자전적 소설을 올초 출판사에 투고했다. 임씨는 원고와 함께 보낸 편지에서 “마약은 왜 해서는 안 되는지, 왜 팔아서는 안 되는지 제 글을 읽고 알게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란다”고 썼다.

출간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적지 않았다. 김 대표는 “물론 깊은 반성이 담겨 있지만 ‘범죄 행위를 책으로 내서 돈을 버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며 “임씨를 여러 차례 만나본 뒤 진정성을 느껴 출간을 결정하게 됐다”고 했다. 출판사에 따르면 임씨는 “과거에는 마약은 가진 자들만 즐기는 여흥거리라고 생각했지만 교도소에서 마약 중독자들을 만난 뒤 평범한 이들이 고통스러운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약에 손을 댔다가 수렁에 빠져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소설 속 ‘나’는 말한다. “나를 단순하게 마약 밀수꾼이나 인터넷 판매상으로 정의하면 안 된다. 나는 자살인도자다.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시발점이다.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그런 약을 나는 팔았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