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특구 서초 "악기 만들며 클래식에 빠져보세요"

입력 2023-04-18 18:37
수정 2023-04-19 16:38

“바이올린 안에 여기 휘어지는 부분이 있죠? 여기를 이렇게 다듬어줘야 예쁜 소리가 나는 거예요.”(김남현 씨·53·현악기 제작자)

“악기를 직접 만들어보니 이젠 더 즐겁게 연주할 수 있을 것 같아요.”(오하윤 양·초교 5학년)

서울 서초구가 예술의전당을 중심으로 조성된 악기거리를 지역 어린이들의 음악교실로 활용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바이올린 등 악기를 직접 제작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매번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한다. 연 300명 대상…경쟁 치열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317 일대는 예술의전당·국립국악원 등이 모여 있는 명실상부 한국 클래식의 중심지다. 2018년 국내 첫 음악문화지구로 지정됐고 2021년부터는 ‘서리풀악기거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공연시설 26곳, 연습시설 63곳, 악기 수리·제작 시설 96곳 등 클래식 관련 시설 210여 개가 모여 있다.

서초구는 2021년부터 지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악기 제작 체험 프로그램 ‘클래식악기 탐구생활’을 시작했다. 학부모들이 모두 엄지를 치켜드는 ‘고퀄리티’ 클래스다. 올해는 4~10월 매주 2~4주차 토요일에 총 15회차를 진행한다. 한 번에 학생 10명과 학부모 10명, 단 20명만 참여할 수 있다. 서초구는 참여 수요가 너무 많아 올해부터 연 200명에서 300명으로 참가 인원을 늘렸다. 야무진 대패질·끌질 ‘보람’지난 15일 열린 올해 첫 회차에는 76명이 지원해 경쟁률 3.8 대 1을 기록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서리풀청년문화센터에 모인 20명은 악기거리 일대의 역사와 현황에 관해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4명씩 나뉘어 체험 공방으로 향했다.

이탈리아 크레모나 현악기 제작 학교 출신 김남현 씨와 윤아영 씨(40)가 일하는 공방 ‘마에스트로 김남현’에 도착한 오하윤 양과 오세영 군은 바이올린 상판을 제작하기 위해 팔에 토시를 끼고 앞치마를 동여맸다.

첫 단계는 대패질이다. 두께 10㎝ 나무판 양옆을 수동 대패로 깎아 평평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그릇 형태의 울림통을 만드는 ‘끌질’이 이어졌다. 마지막 단계인 사포질로 표면을 부드럽게 하고 두께를 맞춘 뒤 수업은 마무리됐다.

학생들은 수업 후 자신이 만든 바이올린 상판과 토시, 에코백, 앞치마 등을 기념으로 가져갈 수 있다. 세영군은 뿌듯한 얼굴로 “살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며 “친구들에게 내가 만든 바이올린을 자랑할 것”이라고 했다. 하윤양 어머니 고은영 씨(42)는 “하윤이가 2년 전부터 학교에서 바이올린을 배웠지만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는데 이번 수업 덕분에 관심이 커진 듯하다”며 웃었다. 클래식 진입 문턱 낮춰지난해까지 이 프로그램은 좀 더 이론 중심이었다. 악기 연주를 관람하고 악기사를 방문한 뒤 제작 체험을 하는 순서로 이뤄졌다. 하지만 제작 체험에 대한 반응이 워낙 뜨거워 올해부터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프로그램을 바꿨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사진)은 “앞으로도 클래식 악기 탐구생활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미래 꿈나무들의 문화예술 DNA를 넓혀나가겠다”고 말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