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 이은세 대학생 기자] 오픈AI(OpenAI)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대화형 챗봇 ‘챗GPT(ChatGPT)’. 기존 인공지능과 달리 챗GPT는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이용해 인간의 언어 패턴을 학습하고 이를 토대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무엇을 물어봐도 척척 답해주는 챗GPT의 매력에 전 세계가 홀린 한편, 일각에서는 챗GPT의 출현이 취업 시장의 패러다임을 뒤집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취업에 있어 자기소개서는 이력서나 경력증명서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지원자의 가치관과 직무 적합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된다. 특히 면접에서 대다수 질문이 자소서에 작성된 내용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등 취업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 취업준비생들은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도 벅찬데 기업 입장에서 듣고 싶어 하는 내용을 적어 내기까지 해야 하냐”며 “자소서는 골칫거리”라고 호소한다. 취업 준비 카페나 중고 거래 사이트 등에는 ‘자소서 대필’을 의뢰하거나 추천하는 글이 매 공채 시즌 올라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상반기 채용에는 생성형AI(데이터를 학습해 새 콘텐츠를 만드는 AI) 챗GPT를 자소서 작성에 활용할 수 있다는 소식이 돌면서 대필 업체 대신 이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대학교 인공지능학과 이환희 교수는 “자소서 작성에 챗GPT를 보조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문장 구성이나 표현 등은 비교적 완성도 있게 첨삭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취준생 김모 씨(27)는 “챗GPT가 써준 자소서의 수준이 높아서 놀랐다”며 “자소서에 들어갈 스펙과 지원 동기를 쓰고 첨삭해달라고 했더니 몇 초 만에 만들어 줬다”고 전했다.
실제로 챗GPT를 활용해 쓴 자소서를 제출해 서류 전형에 합격한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챗GPT 자소서 쓸 때 개꿀이네 허허’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챗GPT를 참고해서 쓴 자소서로 서류합격을 했다”며 “인간보다 낫다”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면접 준비도 꿀이다”, “아예 베껴 쓰는 건 몰라도 방향성 잡기에는 좋을 듯” 등의 반응을 남겼다.
그러나 채용의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불거져 나온다. 대기업을 목표로 취업을 준비한다고 밝힌 서모 씨(25)는 “챗GPT가 작성한 자소서를 그대로 가져와 쓰는 게 자소서 대필과 다른 점이 뭐냐”며 “열심히 준비한 사람들은 회의감이 들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 중견기업 인사담당자 A씨는 “AI 면접, 실무진 면접, 임원 면접 등 채용 전형은 굉장히 다양하다”며 “챗GPT로 쓴 자소서가 서류 전형은 통과할 수 있을진 몰라도 그 내용을 기반으로 다른 전형까지 진행하기 때문에 최종 합격까지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 전했다.
덧붙여 “인사담당자로서 챗GPT 사용을 그렇게 부정적으로 볼 만한 점도 없지만, 합격 확률을 높이려면 깊은 자기 성찰을 통해 직접 자소서를 작성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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