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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콘솔게임 기업 세가가 핀란드의 모바일게임 제작사 로비오 인수합병(M&A)를 추진한다. 콘솔게임 시장이 둔화하자 모바일 게임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게임회사 세가는 핀란드의 로비오를 7억 7600만유로(약 1조원)에 인수를 제안했다. 로비오 주식을 주당 9.25유로 매수하고, 옵션으로 주당 1.48유로를 추가 지급하는 게 조건이다. 로비오 이사회에선 주주들에게 세가의 매수 주식 청구에 동의할 것을 권유하는 중이다.
2003년 설립된 로비오는 2009년 모바일게임 앵그리버드를 출시했다. 세계적인 인기를 끈 앵그리버드는 모바일 게임 최초로 다운로드 10억건을 넘겼다. 지금까지 로비오가 출시한 게임의 다운로드 횟수는 총 50억회에 달한다. 인기 덕에 한때 로비오의 가치는 9억유로(1조 3000억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당초 로비오는 이스라엘 게임회사 플레이티카에 기업을 매각하려 했다. 플레이티카는 7억 5000만유로를 제안했다. 로비오는 이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 인수가 불발하자 세가가 새 인수자로 나타난 것이다.
1960년에 설립된 세가는 콘솔 게임 업계를 지배한 회사였다. 인기 게임 소닉을 비롯해 토탈워 시리즈 등으로 기업 규모를 확장했다. 하지만 콘솔 게임이 쇠락하기 시작하고 모바일게임이 대두되자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분주했다.
신성장동력을 마련하려 로비오를 인수한다는 설명이다. BBC에 따르면 글로벌 게임 시장은 2026년까지 2633억달러로 성장하고, 이 중 모바일 게임이 56%를 점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비오 인수는 모바일 게임으로 확장하려는 세가의 장기 계획의 일환이다. 세가는 향후 5년간 17억유로를 모바일게임 투자에 쓸 방침이다. 이날 사토미 하루키 세가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도 모바일 게임은 특히 잠재력이 크다"며 "이 분야에서 성장을 가속하는 게 세가의 장기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세가의 로비오 인수 시도에 대해 부정적 평가도 나온다. 로비오가 앵그리버드 외엔 이렇다 할 후속작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로비오 매출의 83%가 앵그리버드 관련 상품에서 나올 정도로 의존도가 큰 상황이다. 영국의 증권사 AJ벨의 루스 무드 이사는 "세가가 로비오의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다고 해도 더 이상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할 계기는 없다"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