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민주, '부동산 실패' 인정은 징벌 규제 정상화부터

입력 2023-04-17 18:12
수정 2023-04-18 00:13
더불어민주당 주거복지특별위원회가 17일 부동산 지역규제 개편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적용되는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구분을 부동산관리지역 1·2단계로 단순화하는 게 핵심이다. 1단계 지역(조정대상지역)에는 기본 규제만 가하고 취득세·양도소득세 중과 등 추가 규제는 2단계(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주택법·소득세법·지방세법·도시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민주당 주거복지특위 위원장인 홍기원 의원은 이날 “부동산 정책 실패의 중심에는 지역규제가 있다”며 입법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홍 의원은 “지역을 정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관리했지만 종류가 많고 중복적으로 지정되다 보니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며 “규제가 규제를 낳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중 어디에 지정돼 있느냐에 따라 청약·분양·대출·세금 관련 규제와 혜택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이처럼 난해하고 왜곡돼 있는 부동산 지역규제 구조를 보다 단순화하겠다는 시도는 의미가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실제 입법이 이뤄진다면 국민 체감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보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주거복지특위가 지역규제를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으로 보는 건 헛다리를 짚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규제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쏟아진 이념적 접근이 부동산 정책의 진짜 실패 원인이라는 시각이다. 민주당이 집권했던 지난 정부는 다주택자·고가주택 보유자를 징벌적 과세 대상으로 봤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 동원 가능한 세제 수단을 모두 썼다.

한 세법 전문가는 “지난 정부에서는 특정 타깃을 겨냥한 부동산 정책이 많았다”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뜻밖의 부작용이 나오자 계속해서 ‘땜질’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홍 의원이 지적한 ‘규제가 규제를 낳는 악순환’을 만든 건 다름 아닌 문재인 정부라는 지적이다. 반복된 땜질 처방 탓에 부동산 세법은 누더기가 됐고, 급기야 세무업계에는 복잡한 양도세 업무를 포기하는 ‘양포 세무사’까지 등장했다.

민주당이 부동산 과오를 진심으로 반성한다면 지역규제 체계를 바꾸는 작업보다 과도한 규제를 되돌리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 특정 계층을 겨냥하는 이념 정책인 데다 시장을 경직시키고 있어서다. 연초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했지만 이와 관련된 주택법 개정 논의에 민주당은 손을 놓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를 완화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도 국회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분양권 전매 제한 규제가 정부의 시행령 개정으로 크게 완화됐지만, 정작 실거주 의무 규제는 풀리지 않아 완화 효과가 반감된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