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윤영석 위원장과 여야 간사 등 의원 5명이 재정준칙을 탐구하기 위해 오늘부터 10일간 유럽 출장길에 오른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있는 독일, 이른바 ‘PIIGS 위기’ 당시 힘겹게 재정위기를 벗어난 경험을 지닌 스페인 등이 주요 방문지라고 한다. 재정준칙이 일반화한 유럽에서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겠다고 한다.
말싸움으로 지새던 여야가 뭔가 배우려고 합심한 점은 반갑지만 골든타임을 30개월이나 빈둥대다 느닷없이 ‘더 공부해보겠다’니 당황스럽다. 해외 동향 논의와 보고서는 이미 차고 넘친다. 미국은 1986년, 유럽은 유럽연합(EU) 창설 때인 1992년 재정준칙을 도입했다. 106개국(2022년 기준)이 준칙을 운용 중이며, 여기에는 ‘복지국가의 대명사’로 불리는 스웨덴도 포함돼 있다. 이제 와서 현장 점검과 검토가 더 필요해 해외 출장까지 가야 한다니 무슨 말인가 싶다.
재정준칙 법제화를 둘러싼 최근 여야의 이해 못할 행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재정준칙을 함께 입법할 것처럼 분위기를 잡더니 ‘예타 기준 완화안’만 소위에서 덜컥 가결해 ‘총선용 야합’이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거대 야당의 행보가 특히 의심스럽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참여연대와 함께 ‘재정준칙 법제화 문제 긴급좌담회’를 열었고, ‘운동권 지대추구법(사회적 경제법)’과 연계하자는 엉뚱한 요구를 내놓기도 했다.
법제화 논의가 표류하는 사이에 국가채무는 눈덩이처럼 불어 지난해 말 1000조원마저 돌파했다. ‘채무비율이 아직 양호해 국고를 더 푸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거대 야당의 주장도 억지다. 한국의 채무비율(D2 기준)은 주요 비기축통화국 11개국 평균을 지난해 처음 앞질렀다. 내년 국채이자가 23조원에 달하는 판국이다. 재정준칙이 더 이상 포퓰리즘 정치의 놀이감이 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