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최상급 명품'에만 지갑 열었다…에르메스·루이비통 깜짝 실적

입력 2023-04-16 18:20
수정 2023-04-17 00:53
중국의 리오프닝 이후 명품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에르메스와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예상을 뛰어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반면 케링과 버버리 등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핸드백과 보석에 돈을 쓰던 중국 부유층이 리오프닝 이후엔 명품에 흥미를 잃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며 “에르메스와 LVMH의 실적은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지만 다른 명품 기업들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주제나 퍼스 UBS그룹 연구원은 “중국 소비자의 취향이 까다로워지면서 최상위 브랜드에 수요가 몰려 명품업계에도 양극화가 예상된다”며 “인기 브랜드일수록 판매 가격을 높여 더 좋은 실적을 낼 것”이라고 했다.

LVMH는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7.7% 늘어난 210억유로(약 30조2156억원)의 매출을 냈다. 시장 예상치인 201억유로를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LVMH의 대표 브랜드인 루이비통은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200억유로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 2월엔 뮤지션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퍼렐 윌리엄스를 남성복 디자이너로 영입하는 등 파격적인 시도로 영업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에르메스 역시 매출이 전년 대비 23% 늘어난 33억8000만유로를 기록했다. 모든 지역의 매출이 증가했다. LVMH는 올해 파리증시에서 주가가 31% 넘게 뛰어 시가총액이 4469억유로로 치솟았다. 에르메스의 시가총액도 2000억유로를 돌파했다.

반면 구찌와 발렌시아가 등을 보유한 케링을 비롯해 페라가모, 버버리, 스와치그룹 등은 중국 시장에서 주춤하고 있다. 케링은 지난해 4분기에 매출이 전년 대비 7%가 감소했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구찌가 디자이너 교체 후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발렌시아가는 광고가 아동포르노를 연상시킨다는 스캔들을 일으킨 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너선 시보니 럭셔리인사이트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해외여행이 본격화되면 부유층이 핸드백을 사는 대신 호사스러운 체험에 돈을 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