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동포’ 그레이스 김(23·사진)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에서 생애 첫 정상에 올랐다. 리디아 고(뉴질랜드), 다니엘 강(미국), 이민지(호주)를 잇는 새로운 한국계 골프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그레이스 김은 16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 에바비치의 호아칼레이CC(파72·6303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를 쳤다. 성유진(23), 리우 유(중국)와의 연장전에서 버디로 우승컵을 안았다.
그레이스 김은 이날 성유진과 함께 리우 유에게 1타 뒤진 공동 2위 그룹으로 경기를 이어갔다. 마지막 18번 홀(파5) 버디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간 그는 같은 홀에서 열린 연장에서 세 번째 샷을 핀에 가까이 붙이며 홀로 버디를 잡아냈다.
LPGA투어 2부 엡손 투어에서 뛰다가 올해 정규투어에 데뷔한 그레이스 김은 세 번째 출전 만에 우승컵을 들었다. 한국인 부모를 둔 동포로, ‘김시은’이라는 한국 이름도 있다. 어릴 때부터 잘했다. 호주 골프 유망주에게 주는 카리 웹 장학금을 네 차례나 받았다. 호주 최대 주니어 골프대회인 ‘오스트레일리아 주니어 챔피언십’을 2년 연속 제패했고, 201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청소년올림픽에선 여자골프 개인전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멀리, 똑바로’ 보내는 드라이버가 강점이다. 1라운드에서 비거리 평균 296야드에 페어웨이 안착률 100%를 기록했을 정도다. 루키인데도 최종라운드 챔피언조에서 기죽지 않는 등 멘털도 단단하다는 평가다.
그레이스 김은 “이게 시작이라는 것을 안다”며 “이번 우승에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많은 도움을 준 카리 웹의 공로도 있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 초청 선수로 출전한 성유진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연장전 세 번째 샷 미스가 아쉬웠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5년차인 성유진은 지난해 롯데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두며 이번 대회 출전권을 얻었다. 그는 리디아 고의 2013년 캐나디안 여자오픈 우승 이후 10년 만에 ‘초청 선수 우승’을 노렸지만 뒷심이 아쉬웠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