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이 울리는 신라면’. 1986년 농심이 이 같은 광고 카피를 내걸고 신라면을 출시했을 때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매운맛 라면에 대한 시장 반응은 엇갈렸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얼큰한 소고기장국 맛의 신라면은 점차 라면 시장을 장악해 1991년 1위에 올랐고 32년간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라면왕’ 고(故) 신춘호 농심 회장의 야심작, 신라면은 농심을 부동의 1위 라면회사로 성장시킨 데 이어 ‘K라면’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앞으로 농심은 국내외 생산기지를 확충해 미국 1위, 세계 1위의 꿈을 단계적으로 실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외 생산능력 50억 개 돌파
농심은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외 라면 생산능력 연간 50억 개를 돌파했다. 지난해 4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제2공장 가동으로 생산능력이 전년(47억 개)보다 7.5% 늘어난 50억5000만 개로 증가했다. 국내 경기 안양·안성, 경북 구미, 부산·녹산 등 다섯 개 라면 공장에서 35억 개, 중국 7억 개, 미국 8억5000만 개 등이 생산됐다. 이는 국내 라면기업으로는 최대이며 해외 라면업체 중에서도 ‘톱5’ 수준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신춘호 회장의 장남인 신동원 농심 회장(사진)은 미국 동부에 제3공장을 준공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세계 식품 격전지인 미국에서 승부를 던져보겠다는 게 신 회장의 생각이다. 농심은 미국 시장에서 일본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농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5.2%다. 미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도요스이산이 47.7%, 닛신이 17.6%다. 2017년 닛신을 꺾고 2위로 올라선 후 3위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는 농심은 미국 시장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농심은 신라면을 내세워 미국 거대 유통채널을 잇달아 뚫고 있다. 지난달에는 현지 창고형 매장인 샘스클럽의 600개 전 지점에 신라면 등 제품을 입점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이외에 크로거·코스트코·월마트 전 점포에도 농심 제품이 팔리고 있다. 특히 월마트의 경우 지난해 ‘신라면 블랙’도 모든 지점에 입점했다. 글로벌 선두 기업 목표농심은 국내 최초 라면인 ‘삼양라면’ 출시 2년 뒤인 1965년 라면 시장에 뛰어들었다. 농심이 명실상부한 1위 기업이 된 배경에는 신기술·신제품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있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1982년 농심은 사활을 걸고 국내 첫 번째 스프특화공장 안성공장을 지었다. 후발주자였던 농심을 선두로 올라서게 하는 결정적 투자였다. 당시 안성공장은 열풍건조공법의 한계를 넘어 진공건조공법을 통해 원재료의 맛과 향을 지키는 기술을 적용했다. 농심은 안성탕면과 함께 너구리, 짜파게티 등이 잇따라 ‘대박’을 치며 창사 20년 만인 1985년 ‘라면 1위’를 거머쥐었다. 여기에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이 1위 수성에 쐐기를 박았다는 평가다.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처음으로 ‘세계 1위’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농심 관계자는 “국내 1위에 머무르지 않고 미국과 세계 시장에서 선두에 올라서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위해 생산 확대, 경영 효율성 제고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