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올라간 부직포는 기계 안에서 잘게 쪼개졌다. 분쇄된 부직포는 곧이어 280도 고열에 녹아 액체가 됐다. 액화된 물질은 다시 특수 기계 안에서 4도 이하의 냉각수를 만나 고체로 변했다. 성형 작업 후 이 물질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냉각 타워. 타워 안에서 건조를 끝내면 지름 6㎜ 크기의 알갱이 형태 ‘펠릿’이 나왔다. 과거 봉투에 담겨 폐기물처리장행 신세를 면치 못하던 부직포가 30초 공정을 거쳐 펠릿으로 변신한 순간이다. 이 펠릿은 물티슈 포장 캡에 쓰이는 원료로 재활용된다.
지난 14일 방문한 충북 음성에 있는 깨끗한나라 공장. 이곳은 제지업계에서 손꼽히는 친환경 공장이다. 2018년 완공된 이곳은 제지·위생용품 관련 최신 설비를 두루 갖췄다. 한 달에 기저귀 3980만 개를 생산한다.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분당 1500개의 기저귀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온다.
단순히 효율성을 추구한 ‘최신 공장’에 머물지 않는다. 쓰레기 배출을 ‘제로(0)’로 만든 친환경성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단 하나도 없다. 음성공장이 깨끗한나라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사업장 중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일반적인 기저귀 공장에서는 크게 두 부류의 쓰레기가 배출된다. 제작 중 나온 ‘불량품’과 규격을 맞추기 위해 잘라낸 ‘부직포 자투리’다. 깨끗한나라는 이 두 폐기물을 모두 재활용해 ‘폐기물 제로’를 실현했다.
불량품인 폐기저귀(부자재, 불량품)는 협력업체로 옮겨진다. 그곳에서 펄프와 플라스틱으로 분리된다. 펄프는 다시 애견 패드로 만들어지고, 플라스틱은 다른 제품의 원료로 재활용된다. 부직포 자투리는 컨베이어 벨트와 재활용 기계가 결합한 펠리타이저를 거쳐 물티슈 포장 캡 재료로 변신한다.
음성공장에서는 매년 252t의 폐기물이 나오는데 모두 재활용되는 선순환 과정을 거친다. 재활용하지 않았다면 매년 축구장 1771개 면적의 쓰레기가 버려질 판이었다. 김완중 공장장은 “국내 위생용품 업계 최초의 쓰레기 무발생 공장”이라고 자부했다.
비용과 편의만 생각하면 기존처럼 쓰레기를 버리면 그만이다. 열에 녹는지 여부에 따라 재료를 분리하는 등 재활용을 안 할 때보다 손이 더 간다. 그러나 깨끗한나라는 환경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제조 전 단계에 친환경 기술을 적용했다. 전용 컨베이어 벨트와 재활용 기계를 결합한 펠리타이저 도입에만 1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최신 설비를 갖춘 덕에 제조 과정 대부분을 자동화했다. 공장 전체 근무자는 21명이다. 제조 운영인력은 자재 운반, 품질 확인 등을 담당하는 5명이 전부다. 김 공장장은 “기존에는 폐품을 바로바로 점검할 수 없었지만 디지털 전환 이후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즉각 확인 가능하다”며 “폐품이 나오는 근본 원인을 알 수 있어 생산성도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음성=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