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의 스마트 물류 사업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글로벌 배송 능력과 정확한 수요 예측 등이 물류업계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한 가운데 SI 업체들이 정보기술(IT)력을 앞세워 물류시장을 적극 공략한 결과다. 스마트 물류가 SI 업계의 확실한 먹거리로 자리 잡으면서 다른 기업들도 시장에 뛰어드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S는 작년 물류 사업 부문에서만 11조2665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물류 사업 매출 비중은 2020년 51%를 넘긴 뒤 2021년 58%, 작년 65%까지 커졌다. IT서비스 매출이 2020년(5조3140억원)에서 작년(5조9680억원)까지 소폭 성장하는 동안, 물류 사업 매출은 2020년(5조7029억원)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삼성SDS는 IT 기반 물류 통합서비스 ‘첼로스퀘어’를 물류 사업 매출 견인의 1등 공신으로 보고 있다. 첼로스퀘어는 수출 기업을 위해 견적부터 운송 예약, 운송 및 통관, 화물추적, 정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원하는 디지털 물류 플랫폼이다. 실시간으로 배송 현황을 보여주는 택배 서비스처럼 고객사가 화물 물류 진행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삼성SDS는 첼로스퀘어가 재고관리 등 부가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황성우 삼성SDS 대표는 최근 열린 주총에서 “첼로스퀘어 매출만 전년 대비 4배 성장했다”며 “가입 고객 약 3000개, 서비스 국가 및 지역 특화 서비스 확대 등으로 물류업이 본궤도에 올랐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SDS가 정조준하고 있는 스마트 물류 플랫폼 시장은 3자물류(3PL) 형태다. 3PL은 화물의 주인(화주)을 대신해 화물 운송과 관련된 업무 전반을 처리하는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 구매부서를 대신해 부품 수급을 맡거나 해외영업부 업무를 대신해 완제품 수출을 책임지는 식이다. 개별 회사가 직접 필요한 화물 운송 및 통관 업무를 처리하는 ‘1·2자 물류’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세계적으로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고 운송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모더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 3자물류(3PL) 시장 규모는 2026년 1조7500억달러(약 2500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2020년 1조달러(약 1400조원)에서 연평균 8%씩 성장하는 셈이다.
국내 물류 자동화 시장에서 점유율 1위(30%) 업체인 LG CNS도 로봇과 메타버스를 결합한 물류 서비스로 차별화하고 있다. 쿠팡, SSG, 마켓컬리 등의 물류센터를 구축한 LG CNS는 상품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집어 나르는 물류 로봇과 제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고객사가 원하는 만큼 구독해 이용할 수 있는 ‘물류 로봇 구독 서비스(RaaS)’가 특징이다. 고객사가 수백억 원에 달하는 물류 로봇 도입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비교적 후발 주자인 CJ올리브네트웍스도 작년 물류 자동화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최근엔 의약품 제조사 연합 물류센터 피코이노베이션의 경기도 평택 스마트 물류센터 구축 사업 등을 수주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SI 기업들의 잇따른 물류사업 강화에 전통의 3PL 강자인 중견기업 태웅로직스도 디지털 전환(DX)으로 대응에 나섰다. 작년 매출 1조3282억을 기록하며 2020년(3413억원) 대비 4배 이상 성장한 태웅로직스는 최근 차세대 종합 물류 시스템 ‘타스(TAS)’를 도입해 효율을 높였다.
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