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30대 청년 가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사건이 발생한 장수농협에 대해 실시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고용부는 고인에 대한 여러 상급자의 직장 내 괴롭힘과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를 확인했고 총 15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실 추가로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과정에서 회사 측이 가해자의 지인인 노무사에게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맡긴 사실도 드러나, 고용부는 해당 노무사에 대한 강력한 징계를 예고하고 나섰다.
특별근로감독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강력한 범죄 혐의가 있는 사업장에 대해 집중적으로 실시되는 근로감독이다.
고용부는 "2022년부터 다수의 상급자가 고인에게 면박성 발언을 하거나 킹크랩을 사 오라고 하는 등 사망 직전까지 직장 내 괴롭힘을 한 사실이 있었다"며 "고인이 괴롭힘 사실을 사측에 신고한 이후에는 고인에게만 전례 없이 서면으로 부당한 업무명령 및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는 등 근로기준법이 금지하고 있는 불리한 처우도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월, 결혼 3개월째인 전북 장수농협 소속 30대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회사 앞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언장에는 장수농협 간부 등 2명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부유한 가정을 들먹이며 "부자라서 재수가 없다", "부자니까 킹크랩을 사라"는 식으로 1년여간 괴롭힘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괴롭힘을 못이겨 실제로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까지 가서 킹크랩을 사온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지난 1월 25일 전북경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가해자로 지목된 상급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한편 고용부는 고인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받은 사측이 가해자와 지인 관계인 공인노무사를 선임한 사실도 밝혀냈다.
고용부는 "해당 노무사는 조사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는 등 편향적인 조사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결론내렸다"며 "관련자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통해 이 사실을 밝혀냈다"고 덧붙였다.
그밖에도 근로감독 결과, 조기 출근에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 4억원이 넘는 '공짜 노동'과 1주 12시간 연장근로 한도를 총 293회 위반하는 등 노동관계법 위반사항도 다수 확인됐다.
고용부 전주지청은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에 대해 형사입건 6건, 과태료 총 6700만 원 부과 등의 법적조치를 했고, 괴롭힘 행위자 4명에 대해서는 사측에 징계를 요구하고 그 결과를 제출하도록 했다.
또 공인노무사법상 성실·비밀엄수 의무 등 위반을 이유로 해당 공인노무사에 대해서는 징계를 요구할 계획이다.
이정식 장관은 “청년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대해 사측이 편향적으로 조사하여 사실을 은폐하고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노동 현장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며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농협·수협에 대한 기획감독도 엄정히 실시하고 결과를 국민에게 알리라”고 지시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