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 출신’, ‘현직 조직폭력배’ 등을 콘셉트로 인기를 끄는 유튜버들이 폭력행위를 정당화하며 학교폭력을 조장하고 있다. 구독자 수만 수십만명을 보유한 이 유튜버들의 시청자는 주로 10~20대 학생들이라 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문제가 제기되자 일부는 별다른 해명 없이 관련 영상을 지우는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한국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약 100만명의 구독자를 가진 ‘일진·조폭’컨셉 유튜버 A씨는 과거 자신의 방송에서 “학창 시절 같은 반 친구를 잔인하게 팬 적이 있다”, “별 이유 없이 기분이 나빠서 팼다”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학창 시절 자신이 일진이었으며 과거 학교폭력과 관련된 일화를 방송 중에 자랑하듯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유튜버 A씨의 학교폭력 관련 영상들은 삭제되거나 비공개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정순신 검사 아들 학폭’ 사태, 드라마 ‘더 글로리’ 흥행 등 학교폭력이 사회적으로 큰 지탄을 받게 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 과거 언행들이 회자되기도 했다.
3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B씨도 과거 자신이 일진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교폭력 가해자로 퇴학당했던 이야기를 방송에 내보냈다. 또한 그는 한때 조직폭력배로 활동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내가 학교에 다녔을 때 싸움으로 학교를 정벌했다” “(성인이 되고) 길거리에서 시비가 붙어 싸웠던 사람을 식물인간으로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 등 방송에서 자랑하듯 말했다. B씨 역시 관련 영상들을 현재 찾기 어려운 상태다.
현직 조폭이라 밝힌 유튜버 C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방송 진행 중 채팅창에 시비를 거는 이에게 쌍욕을 날리며 ‘죽여버린다’고 공개 협박하기도 했다. C씨는 자신의 방송에서 고교 시절 친구들을 폭행했고 이후 학교에서 싸움을 가장 잘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C씨의 구독자 수는 현재 약 29만5000명으로 하나의 영상당 평균 12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학폭 논란에도 ‘일진’ ‘조폭’ 콘셉트의 유튜버들은 인기는 꾸준하다. 한 유튜브 빅데이터 분석 기관에 따르면 2021년 구독자 규모별 영상 평균 조회수는 구독자 10만~30만 규모에서 4만346회로 집계됐다. 한편 구독자 10만~30만에 대체로 분포하고 있는 ‘일진·조폭’ 컨셉의 유튜버 5개 채널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모두 평균 조회수인 4만346회를 상회했다.
교사 출신 나현경 변호사(법무법인 오현)는 “성인이 된 이상 학교폭력예방법상 처벌의 대상이 되진 않지만 학교 폭력 사실이 당사자들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며 “경우에 따라 이는 명예훼손이 될 수 있고 영상이 폭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면 정보통신망법상에 저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