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 강세가 주춤하면서 유로화 가치가 약 1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미국보다 통화 긴축 정책이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기도 회복세를 보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13일(현지시간) 유로화 가치는 장중 유로당 1.1068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4월 후 최고치를 찍었다. 유로화 가치는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1년 초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9월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자 2002년 이후 최저치인 0.97달러 선까지 내려앉았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유로화와 달러화의 등가(패리티·1유로=1달러)가 붕괴된 것이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유럽 내에선 경기 침체 우려가 증폭됐다. 하지만 에너지 수급처를 다각화하고 작년 겨울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자 가스 재고가 크게 줄지 않았다. 가스 가격이 진정되자 유로화도 반등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통화 긴축을 중단할 것이란 전망에 유로화가 연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5%)이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서다.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자 Fed가 다음달 금리를 동결하고 하반기에는 인하할 것이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다음달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럽 내 인플레이션이 완화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유로존 근원 물가상승률은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리 인상에도 유럽 경제가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자 유로화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월 유로존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5% 증가했다. 최근 6개월 동안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지난달 S&P글로벌의 유로존 종합구매관리자지수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중국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전환하자 유럽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관측도 있다. 명품 기업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