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은 남북 경제협력 및 화해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남한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싼 노동력을 결합하면 ‘윈윈’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2005년 본격화한 공단 운영은 순탄치 않았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등 남북관계에 변수가 생길 때마다 덜컹거렸다. 2013년 4월에는 양측 인원이 전원 철수하고 공단을 잠정 폐쇄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이어지자 박근혜 정부는 결국 2016년 2월 10일 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북한은 공단 폐쇄로 응수했다.
문제는 다음날 하루 만에 철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회사마다 사람 한 명, 자동차 한 대만 올라가서 제품과 장비 등을 싣고 와야 했다. 당초 정부는 설비와 자재, 완제품을 모두 철수시키려고 했지만 북측이 불허했다. 결국 대부분의 입주기업은 완제품과 원·부자재, 생산설비 등을 그대로 두고 사실상 빈손으로 떠나야 했다. 갑작스러운 생산 중단에 따른 거래처 상실과 계약 파기 등의 피해도 막심했다. 125개 입주 기업의 피해 규모는 고정자산과 유동자산을 합쳐 9000억~1조3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개성공단이 남북관계의 마지막 ‘안전판’이라던 기대는 2020년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산산조각났다. 게다가 북한은 우리 기업들이 두고 온 설비와 자재를 무단 사용해 제품까지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쿠쿠전자, 명진전자, 만선, 태림종합건설, 제시콤 등 10여 곳의 공장에서 트럭, 통근버스 등의 움직임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쿠쿠전자는 철수 당시 완제품 1만여 개와 제품 42만여 개를 만들 수 있는 부품과 자재를 두고 왔다. 북한은 완제품 밥솥을 국내외에 팔아먹은 데 이어 쿠쿠전자에서 일했던 주민들을 동원해 전기밥솥을 만들고 ‘비음성 압력밥가마’라는 상표를 붙여 평양 백화점에서 팔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우리 돈 41만~65만원의 적잖은 가격인데도 북한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오죽하면 남의 설비를 돌려 자기 것으로 삼았겠나 싶다가도 해당 업체 입장에선 화가 치밀어오를 것 같기도 하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일이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