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백현동 개발비리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구속됐다. 김 전 대표는 부동산 개발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고 성남시에 백현동 개발 인허가 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는다. 김 전 대표 신병을 확보한 검찰이 사건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수사망을 더욱 빠르게 좁혀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이민수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14일 김 전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심사)을 한 뒤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김 전 대표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김 전 대표는 2015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백현동 개발사업 인허가를 알선해 준 대가 등으로 부동산 개발업체 아시아디벨로퍼 대표 정모씨로부터 77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2017년 10월 백현동 개발사업이 이뤄지는 공사장의 함바식당 사업권을 받은 혐의도 있다.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은 아시아디벨로퍼가 이 대표의 측근인 김 전 대표를 영입한 지 얼마 안 돼 성남시로부터 백현동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개발사업을 인허가 받았다는 내용이다. 아시아디벨로퍼는 2015년 2월 한국식품연구원으로부터 11만1265㎡ 규모 부지를 매입해 두 달 뒤인 4월 이 부지의 용도를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바꾸는 계획을 승인받았다. 한 번에 부지용도가 네 단계나 상향 조정됐다.
‘100% 민간 임대’였던 개발 계획도 그해 11월 크게 바뀌었다. 민간 임대 가구는 전체의 10%인 123가구로 줄었고, 나머지 90%를 분양주택(1100가구)이 차지했다. 아시아디벨로퍼는 이 덕분에 백현동 개발사업으로 3000억원대 분양수익을 거뒀다.
김 전 대표의 구속으로 검찰의 백현동 사건 수사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대표가 이번 사건에 얼마나 개입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지난 2월 수사인력 180여 명을 투입해 성남시청과 성남도시개발공사, 아시아디벨로퍼 등 40여 곳을 압수수색한 것을 시작으로 백현동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진성/박시온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