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 '전기차 열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 분위기를 타서 투자자들이 반길 만한 소식이 나왔습니다. 국민 상장지수펀드(ETF)로 불리는 'TIGER 차이나전기차 SOLACTIVE'의 레버리지(기초지수 수익률 2배) 버전이 출격합니다. 투자자들의 오랜 바람이 거둔 수확인데요. 레버리지 ETF란 기초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으로, 위험이 큰 대신 수익도 크다는 게 특징입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다음 달 9일 'TIGER 차이나전기차레버리지' ETF를 상장할 예정입니다. 기초지수인 'Solactive China Electric Vehicle and Battery'의 2배 수익률을 추종하는 겁니다. 1배짜리인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가 2020년 12월 상장된 뒤로 약 2년 반 만입니다.
중국의 전기차 시장에 집중 투자하는 기존의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는 동학개미들의 '톱픽' ETF입니다. 중국산 컨버터·서보시장 선두기업인 선전 이노밴스를 비롯해 CATL, 비야디(BYD), 간펑 리튬, 이브 에너지 등을 높은 비중으로 담고 있습니다. 전일 기준 이 ETF의 순자산총액(자산총액에서 부채총액을 뺀 것)은 2조8772억원인데, 해외시장에 투자하는 ETF 224종 중 1위 규모입니다.
기초자산별로 살펴봐도 국내 설정된 주식형 ETF 중 KODEX 200(6조1416억원) 다음으로 2위입니다. 곱버스(곱하기+인버스)와 레버리지 등 시장 대표지수들 일색인 가운데 유일하게 2조원대 테마 ETF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요. 이 덕에 '규모로는 시장 대표지수 ETF를 이길 수 없다'는 시장 불문율이 깨졌죠.
이 ETF는 작년 6월 한때 해외주식형 ETF로는 처음으로 순자산총액 4조원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친환경, 전기차 보급 확대 관련 정책을 이어가면서 모멘텀을 확보한 것이죠. 작년 연중 저점 대비 고점까지의 수익률을 따져보면 70%에 달했습니다. 2021년의 경우 저점 대비 주가 상승률이 103%로 더 컸고요. 반기 단위로 크게 오르락 내리락하는 이 ETF는, 지금은 냉탕에 잠겨있습니다. 작년 하반기 들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둘러싼 미·중 무역전쟁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일부 동시 봉쇄 등 악재가 덮치며 부진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 들어선 중국 전기차에 대한 증권가 전문가들의 전망이 밝습니다. SAIC의 Wuling와 BYD 등이 작년부터 매달 수출 실적을 공개하며 해외시장 공략을 공식화한 상황입니다. 올해부터는 중국 토종 전기차 기업의 수출 성과가 기대된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정진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모터, 샤시, 완성차 조립까지 모두 자체 생산이 가능하다"며 "특히 배터리 소재 공급망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어서 전기차 밸류체인 전반에서 중국이 절대적 우위를 갖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중국 토종 완성차 기업의 해외 수출이 본격 시작되면, 글로벌 대형 완성차 기업들과의 정면 승부가 불가피할 겁니다. 글로벌 회사들의 노하우를 무시하긴 어렵지만, 중국이 앞설 수 있는 지점들도 있습니다. 정 연구원은 "제조업의 이익률 결정에 중요한 높은 수율의 방정식은 생산량과 축적의 시간이 만들어낸다"면서 "결국 유리한 조건을 갖추려면 큰 시장과 조기 진입이 전제돼야 하는데, 중국 전기차기업은 이를 전부 만족시킨다 "고 말했습니다.
가격 변동성이 크기로 유명한 테마 ETF가 레버리지로 나오는 만큼, 당국은 신중한 투자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1배짜리 상품조차 3조원 수준의 초대형 규모를 갖추고 있고 변동성도 큰 만큼 레버리지 상품이 갖는 위험성은 더 클 것"이라며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은 가능한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대응 목적으로 이 ETF를 활용하길 권한다"고 전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