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자료 반출 승인, 메디톡스·휴젤 ITC 소송 본격화

입력 2023-04-14 11:12
수정 2023-04-14 11:13


메디톡스와 휴젤 간의 보툴리눔 톡신 관련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이 본격화된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가 ITC 조사를 위한 자료 반출을 승인해서다. 소송 당사자들은 지연됐던 소송의 일정을 새롭게 제안했다.

14일 ITC에 따르면 메디톡스와 휴젤, 휴젤아메리카 등은 ITC에 ‘공동 현황 보고 및 일정 연장 동의(joint status report and motion for extension of t he procedural schedule)’ 문서를 제출했다. 이 문서는 지난 10일(현지시간) ITC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메디톡스는 작년 3월 휴젤과 휴젤아메리카가 보툴리눔 톡신 균주 및 제조공정 등을 도용했다며 ITC에 제소했다. ITC는 조사에 착수했지만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정이 지연됐다.

디스커버리는 미국 소송 과정에서 소송 당사자들이 각각의 증거들을 재판에서 활용해달라고 요청하고 서로 공개하는 절차다. 재판부는 디스커버리를 통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정보를 제출하라고 명령한다. 이번 산업통상자원부 승인 자료는 디스커버리를 위한 것이다.

ITC가 균주 및 제조공정 도용 여부를 판단하려면 두 회사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정보 및 균주 제조방법 등에 대한 자료가 필요하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 및 관련 정보를 국외로 반출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국가 핵심기술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반출 승인이 늦어지면서 ITC 소송이 진행되지 못했다.

ITC가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일 ITC에 제출하기 위한 자료의 반출을 승인했다. 이에 양측 소송당사자들이 ITC 재판부에 디스커버리를 진행할 수 있음을 알리고, 소송을 다시 진행하도록 요청한 것이다. 양측은 소송 재개를 위한 새로운 일정도 제시했다.

디스커버리 자료 제출 마감은 기존 2023년 3월 9일에서 9월 21일로 미뤄졌다. 디스커버리 자료에 대한 전문가 의견서 마감은 이달 24일에서 11월 20일로 연기됐다.

새로운 예비 판결 및 최종 판결일은 추후 결정된다. 기존 예비판결 및 최종 판결일은 각각 내년 1월 10일 및 5월 10일이었다. 재판부는 소송 당사자들이 제시한 일정을 참고해 최종 일정을 고지하게 된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처음 소송을 제기했던 시점과 비교하면 7~8개월 지연됐다”며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자료 제출 및 이에 대한 산자부 승인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자원통상부에서 국외 반출을 승인한 자료가 어떤 것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ITC 소송 선례를 고려하면 균주의 염기서열 정보가 포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소송에서는 ITC의 염기서열 정보 제출 명령 이후 1년 2개월 뒤인 2020년 7월에 예비판결이 나왔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