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본격화한 원격의료(비대면 진료) 덕분에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붕괴해 가던 일본의 지역의료 서비스가 부활하고 있다. 인터넷 사용이 힘든 고령자를 위한 이동식 원격의료 서비스가 등장하는가 하면 드론을 활용한 의약품 배송이 실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의·약사단체의 반대로 초진을 금지한 반쪽짜리 법안도 통과가 불투명한 한국과는 대조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일본 총무성과 일본외신기자센터(FPCJ)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나가사키현 고토시 등 7개 지역이 이동식 원격의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원격의료 시설을 갖추고 간호사를 태운 차량이 병원을 방문하기 힘든 산간 지역과 도서 지역의 고령자 자택 근처로 찾아가 원격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환자는 차량에 설치된 원격의료 설비를 통해 도심 병원에 있는 의사에게 진료받는다. 이들 지방자치단체는 드론으로 약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실용화해 원격의료 체계를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에서 이 같은 이동식 원격의료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지난해 9월 관련 법을 개정한 덕분이다.
일본에서 원격의료가 가능해진 데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보건의료 위기 상황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일본은 부분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했지만 초진을 대면 진료로 의무화한 규제만큼은 요지부동이었다. 정부와 의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의사회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4월 ‘한시적’이라는 조건을 달아 초진부터 원격의료를 허용한 일본 정부는 작년 4월 이를 영구화하는 법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마에다 다카히로 나가사키의대 낙도의료연구소장은 “산과 섬이 많고 고령자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원격의료가 활성화하고 있다”며 “환자와 병원 모두 원격의료의 메리트를 체감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나가사키=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