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 예일대, 코넬대에 이어 영국 명문대인 케임브리지까지 한국 패션시장에 라이선스 브랜드로 진출한다. ‘디스커버리’ ‘MLB’ 같은 비(非)패션 분야의 라이선스 브랜드가 시장에서 인기몰이하는 데 대응하기 위해 패션기업들이 글로벌 명문대 이름까지 패션의 영역에 편입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너도나도 대학과 라이선스 계약LF는 케임브리지대와 상표권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패션브랜드 ‘캠브리지’(사진)를 공식 론칭한다고 13일 발표했다. 의류뿐만 아니라 가방·모자 등 액세서리까지 출시할 예정이다. 주요 타깃층은 트렌드에 민감한 10대부터 20대 초중반까지의 ‘잘파세대(Z+알파세대)’다. 추후 상품군을 늘려 고객층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캠브리지 제품들은 잘파세대를 겨냥한 만큼 이들의 이용 빈도가 높은 무신사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무신사에는 예일, 하버드, 컬럼비아 등 해외 명문대 라이선스 브랜드 제품이 대거 입점해 있다.
최근의 명문대 브랜드 열풍을 주도하는 ‘예일’은 이날 기준 무신사 인기 브랜드 순위 10위에 오를 정도로 시장에 안착했다. 제품 판매를 시작한 지 1년 만인 2021년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고, 2022년에는 연매출 300억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명문대 로고를 향한 국내 패션업계의 러브콜이 이어지는 건 이미 인지도가 높아 신규 브랜드 론칭에 따르는 비용과 노력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패션시장에서 MLB, 내셔널지오그래픽, 코닥(Kodak) 등 유명 라이선스 브랜드 상품이 잇달아 출시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최근 몇 년간 스포티즘(운동복 스타일의 캐주얼 패션)과 레트로 트렌드가 이어지는 것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젊은 층이 많이 이용하는 패션 커뮤니티에선 “요즘 많이 팔리는 미국 명문대 브랜드는 ‘1980년대 아이비리그 스타일’을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많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캐주얼시장에서 각양각색의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는 만큼 누구나 잘 아는 글로벌 유명 대학의 인지도를 활용한 라이선스 사업이 활성화되는 추세”라며 “프레피룩(미 동부 명문대생이 즐겨 입는 복장), 특히 로고가 있는 야구점퍼 등 대학 스포츠팀 아이템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끝물” 우려다만 업계 일각에선 해외 명문대 브랜드 사업 열기가 조만간 꺾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비슷한 유형의 상품이 쏟아져 소비자의 피로감이 높아지는 시점이란 이유에서다.
브랜드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차별점을 내세워야 하는데, 이에 관한 고민 없이 트렌드만 좇다간 순식간에 유행이 시들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라이선스만 믿고 있다가 차별성 부각에 실패해 시장에서 외면당한 브랜드가 많다”며 “대학 브랜드 라이선스 상품의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