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고속도로를 운영하는 회사가 협력업체 소속의 톨게이트 수납원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에서 직접 고용 판결을 받은 한국도로공사에 이어, 민자고속도로에서 하청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취지로 선고된 것은 이번이 최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는 13일 신대구부산고속도로의 영업소와 무정차 영업소에서 통행료 수납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거나 담당했던 양 모 씨 등 근로자 126명이 신대구부산고속도로(회사)를 상대로 낸 고용의사표시 청구소송(근로자지위 확인)에서 회사 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이 같이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요금수납원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 4년6개 월만이다.
이번 소송은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주식회사와 통행료 수납업무 용역계약을 체결한 외주사업체(협력업체)에 고용돼 있던 근로자 126명이 2018년 11월 원청인 신대구부산고속도로를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 시작됐다. 이 회사는 요금수납을 비롯해 교통상황·순찰, 도로유지관리, 조경관리 등의 업무를 5개 협력회사에 위탁해 운영해 왔다.
원고인 하청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원청의 지시를 직접 받는 형태로 근로해 왔다며 자신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파견법은 2년 이상 파견 근로자를 사용한 원청은 이들을 직접 고용하도록 하고 있다. 1심과 2심은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대법원은 "통행료 수납업무 등의 특성상 외주사업체 소속의 영업소 근무자들과 원청 직원들은 상호 유기적인 보고와 지시, 협조를 통해 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었다"며 "실제로 영업소 근무자들은 원청의 영업 규정이나 지침 등을 통해 업무수행 자체에 관하여 지시를 받은 것과 다를 바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 근거로 △원청이 영업 심사, 야간 점검 등을 시행하고 연간 운영평가를 실시해 영업소 운영실태를 확인했고 △원청 대표이사가 직접 영업소를 순회 점검한 점 △하청업체가 근무자들에게 행한 업무지시는 대부분 원청이 결정한 사항을 전달하거나 기존의 업무방침을 반복?강조한 것에 불과한 것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 하청 직원들이 원청이 지정한 복장과 원청 로고가 새겨진 안전조끼 및 명찰을 착용하고 원청 근무자 카드를 소지한 점 등을 근거로 "영업소 근무자들과 원청 직원들은 전체적으로 하나의 작업집단으로서 업무를 수행했고, 그 과정에서 하청 근로자들이 원청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원청 측은 소송 과정에서 "(자신들이)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따라 30년간 한시 운영되는 특수목적법인(SPC)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근로자 파견계약으로 볼 수 없다"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근로자파견관계 성립 여부는 민간투자법에 규정되지 않은 사항이므로 파견법에 따른 판단기준으로 결정돼야 한다"며 이를 일축했다.
법무법인 태평양 김상민 변호사는 "기존 한국도로공사 수납원 판결과 같은 맥락에서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민경진/ 김진성/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