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만 회장 "부동산PF 위기막으려면 증권사 수익 다변화해야"

입력 2023-04-13 18:13
수정 2023-04-13 19:29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증권업계가 수익 다변화를 추구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서 자금 경색을 겪게 된 원인이 단순화된 수익구조에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최 회장은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국증권학회 주최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일부 증권사들이 자금 경색을 겪게 된 원인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에 크게 의존한 구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국내 증권사들 다수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시장이 안 좋으니 부동산 PF로 눈을 돌려 PF를 안 하던 중소형사도 뛰어들었다가 자금 경색 사태를 맞아버렸다"고 했다

최근 증권업계의 PF 대출 연체율이 늘어나는 데 대해서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금융당국의 빠른 대처와 제2 채안펀드 조성으로 시스템 위기로 번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최 회장은 "PF 사태로 증권사가 소위 단순 중개에 머무르지 않는 종합자산관리·운용능력을 가진 증권사여야 한다고 또 한 번 배웠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PF 사태와 같은 위기를 맞지 않으려면 증권사들이 위탁매매를 넘어 운용 능력을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해외 진출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베트남, 인도 등 포스트 차이나 투자를 강화하고 디지털 전환에 앞장서야 한다"며 "상장지수증권(ETN) 등 다양한 상품으로 운용 부문에서 고객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공매도 허용, 외국인 지분율 상한선 완화 등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에 대해서는 "기업의 펀더멘탈 개선과 국민들의 자본시장 인식 개선이 선행해야 한다"고 했다. 경기 둔화로 국내 증시가 허약한 상태에서는 외국의 투기자본이 먼저 개입할 수 있는만큼 시기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최 회장은 "반도체 경기가 곧 바닥을 찍고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외국 자본이 앞으로 투기보다 투자를 할 가능성도 커졌다"고 했다.

그는 증권사의 법인 대상 지급결제 허용 등 규제 개혁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 자본시장법상 개인은 증권사 계좌를 통해 자금을 송금ㆍ이체할 수 있지만, 법인은 불가능하다 .법인은 반드시 은행의 가상계좌를 거쳐야만 증권사에서 결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최 회장은 "증권회사 최고경영자(CEO)지만 여전히 은행을 거쳐서만 급여를 받고 있다"며 "법인 지급 결제가 허용되다면 컨설팅을 비롯해 증권사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