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발암물질인데…'미세먼지' 이름 너무 귀엽다" [이슈+]

입력 2023-04-13 14:31
수정 2023-04-13 14:32

최근 중국발(發) 황사로 국내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 수준을 가리키면서 국민적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13일 검색량 지표인 구글 트렌드의 '일별 인기 급상승 검색어'에 따르면 전날 1위는 '미세먼지'로 나타났다. 해당 지표는 전날 대비 검색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순서대로 순위를 나타낸다. 그만큼 대기오염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걱정이 집중된 것이다.


환경부는 전날 전국 황사위기경보 단계를 오전 7시 기준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주의 단계가 내려지는 것은 황사 때문에 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지고 대규모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때다.

13일에도 수도권·충청·전북은 미세먼지(PM10) 농도가 매우 나쁨(151㎍/㎥ 이상) 수준이고 나머지 지역은 '나쁨'(81~150㎍/㎥) 수준으로 대기오염이 심각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전날 웨이보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황사발원지와 가까운 내몽골 우란차부시에서 촬영된 한 영상이 중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확산된 영상에는 황사로 인해 가까운 건물과 차가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온통 빨간 도심 풍경이 담겼다. 해당 영상 속 시점은 지난 10일로 알려졌다. 이날 우란차부시의 미세먼지 농도는 7000㎍/㎥를 웃돈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내에서도 대기오염에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자 현지 SNS에는 이와 같은 사진과 영상이 줄을 이어 올라왔다.


고비사막과 내몽골고원에서 발원한 황사는 보통 서풍을 타고 2~3일 후 한국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최근 한반도를 덮친 먼지는 영상 속 황사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시민들의 불편과 불만은 가중됐다. 전날 밤 주차된 차에 먼지가 수북이 쌓인 것으로 깜짝 놀랐다는 김모씨(31)는 "저 먼지를 결국 내가 먹고 다닌 것 아니냐"면서 "당장 앞이 뿌옇지 않다고 방심했는데 바로 마스크를 썼다. 코로나19 끝나간다고 좋아했는데 따뜻한 날씨가 막 반갑지만은 않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이모씨(34)는 "아침에 일어났는데 목이 칼칼하더라"면서 '거실에만 공기청정기를 사놨는데, 아이도 있어서 방마다 하나씩 설치해야하는 것 아닌지 싶은 생각이 들어서 아내와 얘기 중"이라고 전했다. "미세먼지 이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국내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미세먼지 명칭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미세 발암 물질 같은 것으로 바꿔야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지지 미세먼지는 너무 귀엽다", "먼지먼지 하니까 진짜 그냥 먼지인 줄 알고 사람들이 심각성을 못 느끼는데, 먼지가 아니고 중국 공장에서 나오는 카드뮴 납 같은 중금속 분진이다. 사실상 방사능 먹는 것이랑 다를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세먼지 이름 자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비해 가벼운 인상을 줘 안전불감증을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미세먼지가 각종 호흡기 질환은 물론 뇌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국내외 연구를 통해 확인된 결과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도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입자가 미세해 코점막을 통해 걸러지지 않고 흡입 시 폐포, 뇌까지 직접 침투해 천식·폐질환 유병률 및 조기사망률을 증가시킨다.

통번역계 일각에서도 원어인 'Particulate Matter'(PM)이 '미세먼지'로 번역되는 데 부족함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번역가 A씨는 "Matter은 물질이라는 뜻도 있고, 문제라는 뉘앙스도 가진다"면서 "최근 의학계에서 내놓고 있는 각종 자료를 보면 그저 먼지라고 해석하기에는 역부족이지 않을까 싶다. 전문가들끼리 명칭에 대한 논의를 거쳐서, 지금보다 시민들의 경각심을 고취할 수 있다면 국민 건강이 증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나 환경부가 명칭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8년 8월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미세먼지 특별법)이 의결됐을 당시 미세먼지의 대체 용어로 '부유먼지', '호흡성 먼지' 등 다양한 용어 채택 여부가 검토된 바 있다.

다만 당시 환경부는 이미 국민들이 PM을 미세먼지로 사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입자 지름을 기준으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구분하기로 정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