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 진정세…5월 이후 '긴축 종료'에 힘 실리나

입력 2023-04-12 23:52
수정 2023-04-13 10:24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약 2년 만에 최저치인 5%로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어느 정도 진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중앙은행(Fed)은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었지만 시장에서는 추가 인상이 한 차례 정도에 그치고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커졌다. 다만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가 헤드라인 CPI를 웃돌면서 아직 방심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근원 CPI 상승률 여전히 높아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CPI가 전년 같은 달보다 5.0% 올랐다고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난 2월의 6%는 물론 시장 전망치(5.2%)도 밑돌았다. 미국 CPI는 지난해 6월 9.1% 급등한 뒤 7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둔화하고 있다.

미국 CPI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물가가 치솟기 시작한 2021년 4월(4.2%) 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에너지 가격이 폭락한 영향이 컸다. 아직 Fed의 목표치인 2%보다는 훨씬 높다.

근원 CPI는 전년 대비 5.6% 상승해 전망치에 부합했다. 근원 CPI가 헤드라인 CPI를 넘어선 건 2020년 12월 후 처음이다.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진정됐지만 주거비, 임금 상승세로 근원 물가가 끈적끈적하게 버티고 있다는 얘기다.

에너지 가격은 원유 소비가 둔화하며 하락했다. 휘발유 가격은 전월보다 4.6% 떨어졌다. 전년 대비로는 17.4% 폭락했다. 휘발유를 포함한 전체 에너지부문 가격은 전월 대비 3.5% 내렸다.

CPI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상승했다. 3월 주거비는 전년 동월 대비 8.2%, 전월 대비 0.6% 올랐다. 교통비와 의료 서비스 비용은 전년 동월보다 각각 13.9%, 1.0% 올랐다. 식료품 가격도 1년 전보다 8.5% 뛰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변동이 없었다. ○5월 FOMC 어떤 선택할까
시장에서는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동결 가능성도 커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CPI 발표 직후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서 다음달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75.8%에서 66.5%로 낮아졌고 동결 가능성은 24.2%에서 33.5%로 올랐다. 6월에는 5월 인상 후 동결 가능성이 61.6%로 가장 높았다.

물가가 주춤하면서 주식 시장과 채권 시장은 안도했다. 이날 CPI 발표 직후 미국 국채금리는 하락(국채 가격 상승)했다.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041%에서 3.926%로 떨어졌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0.073%포인트 하락해 연 3.3%대로 떨어졌다. S&P500 과 다우지수 등 미국 증시는 장 초반 일제히 상승했다.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촉발된 은행권 위기로 Fed가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고강도 긴축을 이어가기는 어려워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날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Fed 고위 인사들 사이에선 향후 금리 인상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연방은행 총재는 11일 공개된 연설문에서 “신용 조건 변화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신중하고 인내심 있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반면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Fed가 물가를 잡기 위해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말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둔화함에 따라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정은/김인엽 기자/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