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서 부산으로 본점 이전을 준비하고 있는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동남권이 성장해야 한국 경제가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12일 부산롯데호텔에서 부산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최고경영자(CEO) 조찬 포럼의 강연자로 나서 “수도권 일극(一極) 체제에 부산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 성장축을 더해야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해 좌중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한국 경제와 부산 경제의 미래’를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서 강 회장은 “미·중 패권 다툼과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로 세계 경제 둔화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은 각국에서 생산시설을 자국에 유치하려는 경쟁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데 따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고, 인구 감소 등 내수 기반이 약화하면서 더욱 어려운 처지에 있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동남권 성장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1970~1980년대 고도성장기를 구가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지금의 청년과 아이들은 앞으로 저성장 시대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 구조의 체질 개선을 위한 시도가 있어야 한다”며 동남권 성장축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이 꼽은 부산의 기회는 제조업에 있다. 그는 산업(Industry), 해양(Maritime), 금융(Financial) 등 3대 분야(‘IMF’)를 중점적으로 육성해야 부산의 경쟁력이 살아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제조업 중심의 부산은 최근 각국이 자국 중심의 생산 체계를 마련하는 상황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 회장은 “자유무역 체제에서는 정부가 특정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금기시됐다”며 “하지만 최근 신기술을 중심으로 정부가 적극적인 육성에 나서고 있으므로 디지털 전환 중심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당위성도 이런 큰 맥락 안에서 설명했다. 그는 부산으로 이전한 지역성장지원실과 동남권투자금융센터를 통해 녹색금융, 벤처투자, 지역개발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해양금융실을 1개 실에서 2개 실로 확대 개편해 친환경 선박을 위한 자금을 지원하고 탄소배출이 전혀 없는 항만 인프라를 조성하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해양도시는 해양기술, 도시 매력, 해양금융, 해운, 항만물류 등의 기능이 복합적으로 연계돼야 한다”며 “여러 기능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부산이 만들어져야 산업은행이 지역 속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전날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본사를 방문해 금융위원회, 한국수출입은행, 기업은행과 함께 구조조정혁신펀드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에 참여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