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현오석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허경욱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변양호 VIG파트너스(옛 보고펀드) 고문, 문홍성 ㈜두산 사장, 조정훈 시대전환 국회의원…. 이들의 공통점은 ‘브레튼우즈 클럽’ 회원이라는 것이다.
브레튼우즈 클럽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국제금융공사(IFC) 등 세계은행(WB) 그룹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국인 모임이다. 모임 이름은 2차 세계대전 말 자본주의 질서를 재편하기 위해 서방 44개국 지도자가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턴우즈에 모여 구축한 브레턴우즈 체제에서 가져왔다. 당시 회의 결과물로 탄생한 국제기구가 IMF와 WB다.
브레튼우즈 클럽은 이봉서 전 상공부 장관 주도로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미국 워싱턴DC의 국제기구에서 근무한 관료와 학자들이 결성했다. 지금은 전·현직 경제관료와 정치인 기업인 등 각자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회원 100여 명이 가입했다. 임창열 권오규 현오석 등 역대 경제부총리도 가입했다.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등 다른 장·차관 출신도 많다. 기재부 1차관과 OECD 대사를 지낸 허경욱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이 2018년부터 회장을 맡고 있다.
브레튼우즈 클럽은 오는 20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4년 만에 정기총회를 열 예정이다. 코로나19 여파로 2019년을 마지막으로 열지 못하다 4년 만에 개최하는 행사다. 이날 총회엔 60여 명의 회원이 모인다. 특히 올해 WB 서울사무소 설립 10주년을 맞아 WB 출신 인사가 대거 참석한다. 이창용 총재가 이날 한국 경제의 방향에 대해 30여 분간 기조연설을 한다. 이 총재는 IMF에서 아시아태평양국 국장을 지냈다.
브레튼우즈 클럽은 지금까지 회원끼리만 모여 정보를 공유하던 사교 모임 성격을 넘어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는 싱크탱크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1년 9월 사단법인으로 등록했다. 허 회장은 “국제금융기구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 현안 관련 조사·연구를 진행하는 등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레튼우즈 클럽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개발도상국 지원에도 힘을 보탤 계획이다. 허 회장은 “회원들은 한국이 국제 원조를 통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을 최일선에서 이끈 사람들”이라며 “앞으로는 개발도상국 개발원조(ODA)에 우리 노하우를 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퇴자로만 이뤄진 ‘OB(올드보이)’ 모임에서 벗어나 30~40대 젊은 회원도 적극적으로 영입할 계획이다. 기재부 등 주요 부처에선 IMF와 WB 근무 경험이 있으면 브레튼우즈 클럽에 자동 가입된다. 허 회장은 “회원들의 풍부한 네트워크와 경험을 앞세워 한국·세계 경제 관련 국내외 학술·민간 단체, 전문가 등과 공동 협력 및 교류사업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