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원내대표 선출 일정이 다가오면서 각 후보가 ‘친이재명계(친명계)’에 대한 구애에 나섰다. 이렇다 할 ‘원조 친명계’ 후보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비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몸을 낮추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매년 5월 둘째주에 원내대표를 뽑게 돼 있지만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12일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 없는 총선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새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막아야 할 책무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질서 있는 퇴진론’을 일축하며 이 대표 체제를 옹호한 것이다. 김 의원은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의 팬덤 문화에 대해서도 “팬덤은 정치의 본질”이라며 면죄부를 줬다. 야권 관계자는 “김 의원은 이 대표 측과 이렇다 할 정치적 인연이 없지만 친명임을 자처하는 ‘신명(新明)계’”라고 했다.
정세균계이자 대표적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도 “이 대표 옆에 내가 있을 때 통합의 모습이 극대화된다”고 했다. 그는 “최근 1년간 이 대표와 각이 서 있는 모습이었다”며 “팬덤 문제를 비판했던 것이지, 나머지 분들을 향한 것은 아니었다”고 몸을 낮췄다. 이 의원은 개딸의 표적이 돼 문자 폭탄과 집 앞 시위에 시달린 바 있다.
현재 ‘양강’으로 평가되는 후보는 이낙연계인 박광온 의원과 김근태계인 홍익표 의원이다. 이낙연 당 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맡았던 박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 나와 ‘(사법 리스크가 있는)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게 맞느냐’는 질문을 받자 “앞으로의 일을 전제하고 답을 마련한다는 건 쉽지 않다”며 “다만 이 대표가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언급한 만큼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곡해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박 의원에 비해 범친명계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홍 의원은 “당원에 의해 뽑힌 대표가 이 대표”라며 “이 대표와 함께 총선을 준비하는 게 당면 과제”라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