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찌라시(정보지)’ 하나가 금융권을 흔들었다. 웰컴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서 1조원대 결손이 발생해 이들 은행 계좌가 지급 정지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잔액 모두 인출 요망’이라는 말도 덧붙여 있었다. 해당 저축은행 측은 곧장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해명했다. 금융감독원도 “현재 저축은행 수신 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날 ‘찌라시 소동’을 단순 해프닝으로 보기 어려운 건 금융산업에서는 잘못된 정보 하나가 ‘없는 위기’도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PF 대출 부실 우려가 국내 금융 시스템의 ‘뇌관’으로 주목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을 파산으로 몰고 간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은 이틀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정보지에 언급된 저축은행 고객들이 이를 믿고 예금을 대규모로 인출했다면 아찔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웰컴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의 PF 대출 현황을 확인해봤다. 웰컴저축은행의 PF 대출 규모는 5000억원으로, 애초 1조원대 결손이 생기는 게 불가능하다. OK저축은행의 PF 대출은 1조10억원 규모인데, 정보지대로라면 이 저축은행의 채권이 모두 부실로 나타나야 한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PF 대출의 연체율은 4%대로, 단순 계산해도 400억원 정도”라며 “현재 대손충당금이 1조2000억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서 PF 대출 부실에 대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축은행은 캐피털사 증권사 등과 비교했을 때 관리감독이 강한 편이다. 예컨대 저축은행은 PF 사업 자금의 20% 이상을 자기자본으로 조달할 수 있는 차주에만 대출이 가능하다. 캐피털사와 증권사 등은 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건당 평균 취급액도 캐피털·증권사 경우 100억~300억원이지만 저축은행은 30억원에 그친다.
위기에 민감해야 하지만 과도한 위기감이 위기를 부추기는 악순환은 경계해야 한다. 위기감을 조장해 이득을 얻으려는 세력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위기일수록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이번 정보지를 최초 유포한 자는 형법상 ‘신용훼손죄’로 처벌받을 것이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나라 경제를 뒤흔들 수도 있었던 행위였다는 걸 감안하면 처벌이 더 강해도 이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