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현수막’법으로 불리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 시행 이후 서울시 자치구들이 난립하는 현수막을 철거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수막을 설치한 단체들이 게시 기간 이후에도 현수막을 치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서울 서대문구에 따르면 구청은 최근 직원 9명을 동원해 진보당과 시민사회단체가 지난달 16일 독립공원 일대에 게시한 현수막 119개를 철거했다.
작년 12일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 관련 현수막을 최장 15일까지 '무허가, 무신고'로 걸 수 있게 됐다.
지난달 중순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반대하는 내용으로 통일로 인근에도 현수막이 대거 걸렸다. 그러나 단체들이 게시 15일이 지난 뒤에도 현수막을 치우지 않았고, 결국 구청이 나섰다는 설명이다. 서대문구는 통일로 기존 현수막을 치우면서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현수막 설치를 금지한다'고 적힌 현수막을 제작해 걸기도 했다.
개정안에는 현수막 개수와 규격, 위치에 대한 기준이 없다. 같은 내용의 현수막이 무분별하게 걸리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도 늘었다. 서대문구에 올 1분기 접수된 현수막 관련 민원은 185건으로 작년 1분기 147건에 비해 38건 늘었다. 한 구청공무원 하모씨(48)는 "현수막 관련 업무가 전보다 두 배는 불어났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작년 말 현수막 설치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신호등과 방범 카메라를 가릴 우려가 있는 위치나 어린이보호구역에는 현수막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고, 설치하더라도 보행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높이로 설치하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일전 지자체에선 현수막이 걸린 뒤 최소 15일 간은 두고 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각 정당이 지정 게시대 21곳에 현수막을 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일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올 8월엔 지정 게시대 100개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