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11일(현지시간) 미국의 한국 국가안보실 도·감청 의혹에 대해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달 말 국빈 방문 일정 협의차 미국을 찾은 김 차장은 이날 워싱턴DC 인근 덜레스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감청 의혹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그는 전날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개된 정보가 상당수 위조됐다는 데 한·미 평가가 일치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 측에 어떤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냐’는 물음에 “누군가가 위조한 것이니만큼 (전달)할 게 없다”고 했다.
이날 김 차장은 ‘유출된 미국 기밀문서 전체가 조작됐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미국 국방부 입장도 있고 (미국)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우리가 섣불리 얘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김성환 전 국가안보실장 등과 관련된 기밀 문서상 대화가 조작됐다는 의미냐’는 질문에는 “그 얘기는 구체적으로 묻지 말라”며 “어제 제가 한마디로 (말)했고 거기에 모든 것이 다 함축돼 있다”고 답했다. 김 차장은 관련된 질문이 계속되자 “같은 주제로 물어보려면 떠나겠다, 됐습니까”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과 필리핀 외교·국방장관 간 ‘2+2 회담’ 직후 열린 공동회견에서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우리는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한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기밀문건 유출 당사자인 국방부 장관이 이번 의혹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스틴 장관은 “지난 6일 민감한 기밀자료 무단 유출에 대한 보고를 처음 받았다”며 “대응책 마련을 위해 매일 고위 간부들을 소집했고, 부처 간 노력에 대해서도 긴급한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6일 보고 전부터 온라인에 관련 문건이 떠다녔는데 왜 정보기관은 몰랐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문서의 날짜는 2월 28일과 3월 1일”이라며 “그 전에 온라인상에 다른 문서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이번 기밀문건 유출 파문과 관련해“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국방부와 법무부가 매우 강도 높게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