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12일 09:3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00위권 시공사인 대양종합건설이 146억원대 공사비용을 지급하라며 부동산 시행사와 신탁사에 소송을 걸었다. 분양 상황이 풀릴 때까지 자금 회수를 놓고 소송전으로 비화하는 사업장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시공사와 시행사, 신탁사, 대주단 등 개발 사업 참여자들간 갈등이 수면 위로 속속 불거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양종합건설은 시행사 모닝글로벌과 신탁사 한국투자부동산신탁에 공사대금 146억8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인천 논현 오피스텔 사업장에서 발생한 미지급 공사비와 해당 비용의 변제 때까지 연 12% 이자를 요구했다. 대양종합건설은 브랜드 ‘아리스타’를 보유한 100위권 중견 건설사다. 유정복 인천시장의 친형 유수복씨가 대표이사를 지낸 회사다.부동산 경기 활황에 시작해 불황에 끝난 공사문제의 사업지는 인천시 논현동에 있다. 대양종합건설은 한창 부동산 경기가 활황세를 보이던 2020년 말 시행사 모닝글로벌의 발주를 받아 인천시 논현동에서 업무시설 185실과 근린생활시설 시공을 맡았다. 건축면적은 2602.32㎡이며 지하 2층, 지상 20층짜리 오피스텔이다.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공사의 책임준공 확약 관리형 토지신탁을 제공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을 빌려준 대주단은 새마을금고 조합 15곳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양종합건설은 공사 기간인 2021년 말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부침을 겪었다. 시행사와 신탁사는 이 과정에서 시공사 교체를 검토했으나 그대로 끌고 가기로 하고 원도급자(대양종합건설)를 거치지 않는 하도급 직불 계약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시켰다. 공사는 27개월간 진행된 뒤 지난달 준공을 완료했다.
공사 종료 이후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을 예상한 대양종합건설이 시행사와 신탁사를 향해 소송을 걸었다. 시공사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공사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양종합건설 관계자는 “법적으로 인정받는 물가 상승분과 공사 도급금액에서 지급받지 못한 금액을 받기 위해 소송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오피스텔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공사비를 챙기기 위해 소송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신탁사 명의로 사업이 진행되고 자금이 집행된다는 점에서 시행사뿐 아니라 신탁사까지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분양이 이뤄지지 못하면 다른 방안을 강구해 공사대금을 지급할 수 있지만 소송까지 진행돼 난감한 상태다. 미분양이 생기면 자금이 부족한 시행사가 미분양 물건을 공사비 대신 지급하는 대물 변제 방식 등 다른 방식도 가능하다. 한투부동산신탁 관계자는 “시행사가 시공사에 비용을 지급하는 구조라 사업의 주인은 시행사”라며 “신탁사까지 소송을 건 케이스는 잘 보지 못했는데 자금을 빨리 달라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대주단도 난감하다. 준공까지 마쳤지만 분양대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대주단은 공매로 넘기는 방안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는 대주단 자금 회수보다 후순위지만 소송이 들어오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며 "비히클을 제공한 신탁사나 자금을 빌려준 대주단, 공사비를 투입한 시공사 모두 건설 경기 악화에 분양이 되지 않으니 서로 자금 회수를 위한 방안을 고민하다가 소송으로 불거진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분양 어려워지자 사업자간 갈등 '심화'사업에 투입된 자금 회수를 놓고 시공사, 시행사, 신탁사, 대주단간의 갈등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일례로 현대차증권 등 부산 다인로얄팰리스 대주단은 지난해 책임준공 확약 신탁사인 코람코자산신탁에 소송을 제기했다. 일부 분양대금을 코람코신탁이 대주단보다 먼저 가져갔다며 반환 소송을 청구한 것이다. 코람코신탁은 책임준공 확약 이행을 위해 자금난을 겪는 시공사에 100억원 넘는 시공 금액을 투입했고, 계약상 우선 보전받을 수 있도록 돼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동산금융 업계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활황일 때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공사비 상승, PF 자금경색이 오며 개발 사업자간 불화가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대주단과 책임준공을 맡은 부동산 신탁사간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관측된다. 시공사들의 부도가 발생한 뒤 대주단이 책임준공 확약을 건 신탁사에 책임을 묻는 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신용도가 낮은 시공사의 책임준공 확약만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워 대주들이 신탁사 책임준공 확약을 요구해왔다”며 “대주단과 신탁사간 갈등도 점점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