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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식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 주가가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당국이 기업공개(IPO)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규제 개혁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상하이 증권거래소와 선전 증권거래소 등에 신규 상장한 10개 기업의 주가 상승률은 평균 96%를 기록했다. 전자부품을 제조하는 선전 CEC 포트 테크놀로지의 주가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이날 222% 폭등하며 마감했다. 국영 전력회사 산시 에너지 인베스트먼트도 48% 급등했다.
이날 10개 기업의 공모 자금도 총 212억위안(4조 646억원)에 달했다. 산시 에너지가 72억위안을 조달하며 가장 큰 금액을 끌어모았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중국에서 IPO로 조달한 금액은 145억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뉴욕증시의 IPO 조달액보다 4배 많았다.
신규 상장사가 대규모 자본을 조달한 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의 규제 개혁 때문이다. 지난 2월 CSRC는 IPO 절차를 기존 허가제에서 주식발행등록제로 간소화했다. 기업 실적 전망에 따라 허가해주던 과거 규제를 폐지하고 기업이 공개한 정보의 품질만 따져 등록해준다. 이날 절차가 간소화된 뒤 처음으로 10개 기업이 상장한 것이다.
CRSC는 공모가 상한선과 주가 변동 상한선도 폐지했다. 이전까지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 공모가는 주당순이익(EPS)의 23배로 제한됐다. 상장 첫날에 주가가 44% 급등락하게 되면 거래를 중단했다. 이를 모두 폐기하고 상장 후 5거래일이 지난 다음 날부터 전날 종가 대비 10% 이상 주가가 등락할 때 거래를 제한한다.
CRSC가 특정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규제 개혁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9년 CRSC는 선전 증시 차이 넥스트와 상하이 증시 스타마켓에 주식발행등록제를 시범 적용했다. 스타마켓과 차이 넥스트는 미국 나스닥을 표방한 중국 주식 시장이다. 지난 3년간 두 시장에서 IPO가 급증했다. 두 시장의 성장세를 본 당국이 IPO 자금을 국가 경제와 직결된 요소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공 젱 상하이 시장은 이날 상장식에서 스타마켓과 차이넥스트를 예시로 들며 "중국 주식시장에서 당국의 우선순위인 산업에 더 많은 자본이 투입되도록 관련 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CRSC가 상장 관련 규제를 폐지해도 개입을 계속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1월 FT는 CRSC가 식품, 주류, 장례 산업 등 특정 업종에 속한 기업의 상장을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IT, 첨단 장비 제조업 등 전략 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의 일환이다.
이날 신규 상장사의 주가가 폭등한 게 당국의 개입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금융시장 분석가인 프레이저 호위는 FT에 "기업가치가 당국에 의해 과소평가 된 탓에 첫날 주가가 급등했다"며 "규제를 폐지했지만, 여전히 당국은 시장을 과도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