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10개월 만에 다시 3만달러를 넘어섰다. 국내에선 4000만원에 근접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종료가 임박했다는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위험자산으로 꼽혀온 비트코인이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의 대체제가 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루 상승 폭만 7%
11일 암호화폐 분석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11시께 3만26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이 3만달러를 회복한 것은 작년 6월 10일 후 처음이다. 이날 비트코인은 3만397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루 상승 폭은 7%를 넘었다. 같은 시간 원화 마켓에선 최고 3998만원을 기록하면서 4000만원을 넘봤다.
또 다른 암호화폐 대장주인 이더리움은 2000달러에 근접했다. 이더리움은 전날 대비 4.1% 오른 1936달러에 거래됐다. 이더리움 가격도 지난해 6월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화 마켓에선 250만원을 돌파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것은 Fed의 금리 인하가 조기에 단행될 것이란 전망에 거듭 힘이 실리면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는 오는 6월 금리 인상 기조를 중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르면 9월 Fed가 ‘피벗’(통화 정책 전환)에 나설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전날 미국 은행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연방주택대부은행(FHLB)의 대출 규모가 지난달 말 급감한 것으로 발표된 것도 비트코인에 ‘호재’로 작용했다. 시장은 미국 은행 위기가 확산할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졌다고 해석했다. 12일 나올 예정인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비트코인 상승세에 영향을 미쳤다. 위험자산이자 안전자산?비트코인 가격은 작년 11월만 해도 1만5742달러까지 추락했다. ‘루나 파동’, ‘FTX 파산’ 등 악재가 거듭되면서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위험자산이자 안전자산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 시세는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 지난달 10일 이후 급상승했다. 불과 한 달 새 50%나 급등했다. CNBC는 “은행 시스템이 붕괴하면서 투자자들은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의 대안을 찾아 나섰다”며 “여기에 금리 인하 전망 또한 비트코인 강세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낙관론도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번스타인은 고객에게 보낸 서한에서 “금을 선호하는 투자자라면 비트코인을 주목해야 한다”며 “거시 환경을 고려했을 때 금은 선호하면서 비트코인은 싫어한다면 이는 비이성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금은 2020년 8월 이후 1년6개월 만에 트로이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연초 대비 10% 상승했지만, 비트코인은 80% 이상 급등했다는 이유에서다.
비트코인이 상승세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제임스 라비시는 CNBC에 “비트코인이 3만달러에 도달했기 때문에 매수세가 붙는다면 3만달러대 중후반까지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규 투자 유입세가 제한되면서 가격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전망도 있다. 국내에서는 코인 투자로 비롯된 이른바 ‘강남 살인’으로 암호화폐 투자가 얼어붙은 데다 미국 정부의 규제 움직임도 시장에서 주목하는 악재로 꼽힌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