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2500은 최근 10개월 동안 강력한 저항선으로 작용해왔다. 코스피지수는 작년 6월 중순 2500선 밑으로 내려간 이후 네 차례나 반등하다가 2500선 근처에서 반락하는 모습을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작년 8월 중순엔 2530선까지 올랐다가 급락세로 돌아섰고, 이후 세 차례 반등 때는 2500선 벽을 아예 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10일 2500선을 돌파하며 저항선을 뚫은 만큼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1분기 어닝쇼크 등 불안 요인이 남아 있어 악재를 소화하면서 서서히 오르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와 배터리가 상승 주도
이날 코스피지수는 0.87% 오른 2512.08에 마감했다. 지난주 감산을 공식화한 삼성전자(1.08%)와 SK하이닉스(1.80%)가 반도체 업황이 저점을 통과했다는 기대에 강세를 지속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2차전지 대형주인 LG에너지솔루션(2.76%)과 삼성SDI(1.49%)도 강세를 보였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의 세액공제 효과가 향후 3년간 5조8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배터리주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도 5~8%에 달하는 상승률을 보였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74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지난 7일(6951억원)에 이어 이틀째 대규모 순매수세다.
증권업계에선 코스피지수가 2700선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40%를 차지하는 반도체와 2차전지주가 반등하고 있고, 미국발 금리 인상도 마무리에 접어들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어서다.
‘주포’인 삼성전자의 투자심리가 개선됐다는 점이 가장 큰 동력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유가증권시장 시총의 18.75%를 차지한다.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다른 종목이 올라도 삼성전자가 내리면 지수는 오르기 힘들다”며 “삼성전자가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코스피지수가 바닥을 찍고 2700선까지는 오를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 2차전지 대형주까지 추가로 오르면 지수 상승폭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이 에코프로비엠 등 코스닥 2차전지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올라 ‘키 맞추기’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광욱 더제이자산운용 대표는 “코스닥 2차전지 소재주에 쏠렸던 매수세가 유가증권시장 반도체와 2차전지 업체로 유입되면 코스피지수 박스권 상단이 상향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급등보단 점진적 상승 가능성”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급등세보다는 점진적으로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양한 불안 요소가 여전히 시장을 짓누르고 있어서다.
7일 시작된 1분기 실적 발표는 주요 변수로 꼽힌다. 삼성전자 1분기 실적에서 나타났듯이 주요 상장사가 1분기 어닝쇼크를 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2일 발표되는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급등한 국제 유가 등도 증시 상승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거래대금이 증가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거래대금이 감소하면서 지수가 오를 경우 차익을 실현하고 시장을 떠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코스피지수가 회복세를 타는 가운데 실적 우려, 미국발 악재 등이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수가 오르더라도 일부 종목만 계속 오르는 장세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개별 종목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증권업계에선 반도체와 2차전지 외에도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관련 업종인 화학, 음식료 등이 유망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의명/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