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시장에서 ‘공짜’ 요금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1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월 100GB 이상을 쓸 수 있는 요금제도 즐비하다. 업계에선 ‘알뜰폰 치킨 게임’의 배경으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을 꼽는다. 알뜰폰 업체에 망을 빌려주는 통신 3사가 ‘도매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물밑 경쟁에 나섰다는 얘기다.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제공하는 알뜰폰 포털사이트 알뜰폰허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월 요금이 0원인 알뜰폰 요금제는 33개다. 모두 LTE(4세대 이동통신) 요금제다.
모빙의 ‘모빙 데이터 15G+’ 요금제는 데이터 15GB를 제공하고 소진 시 3Mbps(초당 메가비트) 속도로 계속 이용할 수 있다. 음성 통화는 100분, 문자는 100건 쓸 수 있다. 개통 후 7개월간 공짜로 쓸 수 있고 8개월째부터는 원래 요금인 3만2300원을 내는 프로모션 요금제다. 이야기모바일과 아이즈모바일 등 다른 알뜰폰 업체도 비슷한 조건의 요금제를 판매하고 있다. 데이터 제공량이 월 10GB 수준이지만 12개월간 할인이 적용되는 상품도 많다. 통신 3사의 비슷한 요금제는 25% 약정 할인을 적용해도 3만원 중후반대에 형성돼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도 통신사 대비 반값 이하로 나오는 상황이다. 이지모바일의 ‘이지 올 프리 150GB 제공’은 매일 5GB씩 데이터를 쓸 수 있고 모두 소진하면 5Mbps 속도로 계속 쓸 수 있다. 요금은 월 9900원이다. 7개월간 할인이 적용되는 프로모션 요금제로 그 뒤는 4만6200원을 내야 한다. 프리티의 ‘유심프리티 데이터 중심 11G+’는 월 161GB 기본 데이터와 매일 2GB, 모두 소진해도 3Mbps 속도로 이용 가능하다. 8개월 동안 9900원, 그 뒤는 월 3만9490원이다.
가족, 지인 등이 아니어도 아무나 결합하면 추가 데이터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나왔다. 이날 KT엠모바일이 내놓은 ‘아무나 결합’ 서비스는 이용자가 함께 등록하면 매달 최대 20GB를 준다.
업계에선 알뜰폰 업체에 망을 제공하는 통신 3사가 점유율 확대를 위해 보조금을 늘리면서 초저가 요금제가 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 3사 자회사와 국민은행, 토스 등 일부 금융회사를 제외하면 알뜰폰 업체 대다수는 중소업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알뜰폰 업체가 적자를 감수하면서 출혈 경쟁을 벌이는 게 아니라 통신사들이 보조금을 통해 ‘대리전’을 벌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사는 개인 고객에게 요금제를 판매하는 소매업자인 동시에 알뜰폰 업체에 망을 빌려주는 도매업자다. 통신사 입장에선 알뜰폰 고객보다 자사 서비스 이용 고객에게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알뜰폰 점유율이 지난 2월 말 기준 17.1%에 이를 정도로 높아져 이 시장을 무시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