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푸드는 식품·유통업계에서 ‘육포의 제왕’이라 불리는 기업이다. ‘궁(宮·사진)’ 브랜드로 육포 등 육가공품을 판매하면서 2021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 매출이 6403억원에 달했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견우푸드의 관계사인 한중푸드(매출 6262억원), 견우마을(2521억원), 우리한우(540억원)까지 합하면 견우그룹의 총매출은 1조5726억원에 달한다. ‘덩치’가 중견 식품기업 빙그레(지난해 매출 1조2676억원)보다 훨씬 크다. 대형마트도 쩔쩔매
매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는데도 이 그룹의 존재가 일반인에게 낯선 건 비상장·가족 기업이어서다. 한중푸드는 박안수 회장(2021년 말 기준 지분율 26%)을 비롯해 박하늘(18%), 박재원(40%) 씨 등 오너 일가가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다. 견우푸드는 박 회장과 박재원 씨의 지분이 각각 20%, 80%다. 견우마을 역시 박 회장(55%) 일가와 한중푸드(21.05%)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축산·육가공업계에서 견우그룹은 ‘스타’로 불린다. 1956년생인 박 회장은 1982년 그룹 모태인 한중푸드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창립 초기 국내산 돈육, 지육을 취급하다가 지금은 국내에서 가장 큰 수입 소고기 업체가 됐다.
첫 번째 도약 발판은 1998년 소고기 수입 개방이었다. 쿼터제가 있던 1998년 이전엔 한냉, 대한제당 등이 수입을 도맡았지만, 경쟁의 문이 활짝 열리자 박 회장은 모든 역량을 수입에 집중했다.
2000년대 들어 유통업계에 대형마트발(發) ‘빅뱅’이 일어나면서 한중푸드는 또 한 번의 호재를 맞게 된다. 이마트 등이 욱일승천하던 때였다.
소비자들은 도심의 대형 매장에서 자동차로 손쉽게 장을 볼 수 있게 되자 육류 소비를 빠르게 늘렸다. 당시만 해도 이마트 등은 자체 미트센터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 한중푸드는 이마트와의 거래를 늘리면서 규모를 키웠다. 코스트코 납품으로 대박견우푸드가 별도로 설립된 건 2005년이다. 박 회장은 회사를 무역업 중심에서 육가공 전문업체로 변신시켰다. 식육, 양념육가공, 건포류(육포) 가공 등을 주 사업 목적으로 하는 견우푸드는 코스트코와 거래 물꼬를 트면서 퀀텀 점프의 발판을 마련했다.
코스트코는 다른 대형마트와 달리 소수의 검증된 납품업체만 집중적으로 키우는 유통회사다. 한중푸드와 견우푸드는 코스트코에 육포 등 육가공품을 집중적으로 납품하면서 전국구 기업 간 거래(B2B) 기업으로 도약했다.
축산물 수입 전문 회사인 한중푸드는 2021회계연도에 6261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매출총이익은 213억원에 불과했다. 판매비와 관리비를 제하고 난 뒤 그 해 5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손실은 견우푸드가 만회했다. 견우푸드는 2021회계연도에 매출 6403억원, 영업이익 1031억원을 거뒀다. 코스트코가 견우푸드에 한우 제품만 공급받기 위한 별도 관계사 설립을 요청할 정도로 양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육가공 제조 및 유통 시장에서 견우·한중푸드의 위세는 ‘슈퍼 을’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상당하다”며 “한 대형마트가 거래를 제안했지만, 보기 좋게 차였을 정도”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