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생성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가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그동안 단점으로 지적됐던 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기능을 지속해서 추가할 수 있는 ‘챗GPT 플러그인’을 통해서다. 플러그인을 활용하면 챗GPT를 기반으로 쇼핑, 예약 등 다양한 기능을 쓸 수 있게 된다. 챗GPT가 서비스에서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셈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장 이후 가장 큰 변화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오픈AI가 AI 생태계를 독점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챗GPT 안에서 검색, 예약, 쇼핑까지
오픈AI는 최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챗GPT 플러그인을 발표했다. 플러그인은 콘센트에 코드를 꽂는 것처럼 기존 응용 프로그램에 특정 기능을 추가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요소를 뜻한다. 구글의 크롬이나 애플의 사파리처럼 웹브라우저에 부가 기능을 쓸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이 대표적인 플러그인이다.
앞서 공개한 챗GPT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는 외부 기업이 자신의 서비스에 챗GPT를 가져와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다. 반면 플러그인은 챗GPT에 외부에서 만든 기능을 더하는 식이다. 스마트폰에 앱을 내려받아 다양한 기능을 쓸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챗GPT가 스마트폰이라면 챗GPT 플러그인은 앱 마켓으로 볼 수 있다. 오픈AI는 “플러그인은 챗GPT와 같은 언어 기반 AI 모델의 눈과 귀가 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실시간 정보를 검색하거나 각종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오픈AI는 우선 11개 기업과 협력해 플러그인을 선보인다. 항공권·호텔 예약 서비스 익스피디아와 식료품 배달 서비스 인스타카트, 식당 예약 서비스 오픈 테이블, 언어 교육 서비스 스픽 등이다. 원하는 플러그인을 설치하면 챗GPT가 해당 기능을 활용하게 된다. 가령 “미국 뉴욕에서 5일간 여행하려고 하는데 도와줘”라고 말하고 이와 관련한 대화를 나누면 챗GPT가 익스피디아의 데이터베이스(DB)에서 적절한 항공권과 호텔 등을 찾아 예약까지 해줄 수 있다.
챗GPT의 단점도 보완할 전망이다. 챗GPT는 초거대 AI의 일종으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인 GPT-4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모델은 요약과 창작 능력이 뛰어나지만 틀린 팩트를 제시하거나 숫자 계산을 잘 못 하는 한계가 있었다. 2021년 9월 이전 정보를 학습시켜 이후에 발생한 일에 대해선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최신 웹 정보 검색이 가능한 ‘웹 브라우저’ 플러그인을 쓰면 최근에 일어난 일도 제대로 답할 수 있게 된다. 복잡한 수식 계산이 필요하다면 연산 엔진을 탑재한 플러그인 ‘울프럼 알파’를 불러오면 된다. “앱스토어 같은 게임 체인저 될 것”오픈AI는 챗GPT 플러그인 출시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현재 웹사이트에서 대기자 명단을 접수하고 있다. 소수 개발자를 대상으로 플러그인을 적용하고 점차 범위를 넓혀나갈 예정이다. 국내외 기업들이 발 빠르게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챗GPT는 작년 11월 출시된 지 2개월 만에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MAU)가 1억 명을 넘을 정도로 전 세계적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챗GPT 플러그인을 계기로 AI 서비스가 ‘게임 체인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00년대는 웹 기반 서비스가 인기를 끌었다면 2008년 애플이 앱스토어를 내놓은 이후로는 스마트폰 기반 앱의 시대가 열렸다. 챗GPT 플러그인처럼 외부 서비스를 쓸 수 있는 AI 플랫폼이 정착된다면 여러 앱을 쓸 필요 없이 AI와 대화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모두 쓸 수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패스트컴퍼니는 “오픈AI의 앱스토어가 탄생했다”며 “출시를 알리는 화려한 이벤트는 없었지만 챗GPT 플러그인은 개인용 컴퓨팅 발전에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업들이 챗GPT 플러그인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 흐름에 참여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플러그인을 장착한 오픈AI가 온라인 서비스 시장을 모두 빨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