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작된 전 세계 긴축 사이클의 끝이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 중앙은행(Fed)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지막으로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이는 글로벌 금리 인상 흐름을 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내년에는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들이 금리 인하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연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은 제 갈 길을 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당장 올해 금리를 낮출 것으로, 일본은 내년에나 마이너스 금리를 탈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전 세계 주요 23개국의 올해와 내년 기준금리 전망을 발표했다. 규모 기준으로 세계 경제의 90%를 차지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글로벌 금리가 올해 3분기에 6%까지 오르며 정점을 찍을 것으로 봤다. 톰 올릭 블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까지는 금융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우리는 아직 기준금리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본격적인 금리 인하는 내년에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제시한 내년 말 글로벌 금리 전망치는 4.9%다. 최고치인 6%보다 1.1%포인트 낮다. 블룸버그는 23개국 중 최소 20개국이 내년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학자들은 Fed의 피벗(정책 기조 전환)이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흐름을 바꿔놓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 상단은 5.25%로 제시했다. 현재 수준(5.0%)보다 0.25%포인트 높다. 5월 FOMC에서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후 올해 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리 인하는 내년에 시작해 내년 말 4.25%까지 내려올 것으로 봤다.
애나 웡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OPEC+의 원유 감산과 여전히 견조한 미 노동시장을 고려할 때 올해 미 인플레이션율은 4%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하반기 완만한 경기침체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Fed가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기준금리를 현재 3.5% 수준에서 올해 말까지 유지한 뒤 내년 말 2.5%까지 인하할 것으로 봤다.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물가상승률이 3%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다만 블룸버그는 “한국은 현재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가계부채가 늘고 있어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채무불이행 우려가 높으며, 수출도 감소해 경기 반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로존은 현재 수준인 3%에서 연내 0.5%포인트를 더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유럽중앙은행(ECB)가 5월과 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각각 베이비 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2024년 말에는 2.5%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과 캐나다는 현재 수준에서 올해 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은 올해까지 마이너스 금리(-0.1%)를 유지한 뒤 내년 2분기에야 ‘제로(0) 금리’에 들어설 것으로 봤다. 장기간 이어온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 기조를 새로 부임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올해 당장 바꾸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반면 중국은 이번 분기부터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 블룸버그는 인민은행이 정책금리인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올해 2.75%에서 2.55%로, 내년 말에는 2.45%까지 인하할 것으로 예측했다. 방역 완화 및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도 경기가 아직 충분히 살아나지 못했다는 평가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