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초기, 라면의 매력은 저렴함과 간편함이었다. 끓는 물에 면과 분말스프만 넣으면 5분만에 한 끼 식사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라면은 끓일 줄 아니?”라는 질문에서 드러나듯 우리나라에서 라면은 가장 쉬운 요리로 손꼽힌다.
빨간 국물과 하얀 면 일색이었던 라면이 볶음라면, 하얀국물라면 등으로 진화를 거듭하면서 소비자 또한 저마다 조리법을 발명해내기 시작했다. 가난했던 1960년대에는 라면 한 봉지에 소면과 각종 야채를 섞어 양을 늘리는 데에 주력했다면 2000년대에는 라면의 한식화가 진행됐다. 된장, 간장, 마늘 등 전통양념을 가미한 레시피가 유행했다. 최근에는 볶음면 위에 다양한 토핑을 얹어 먹는 것이 SNS를 타고 전세계적 유행이 됐다. ○식사에서 별미로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라면은 저렴한 가격에 지방을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었다. 라면 한 봉지를 일가족이 나눠먹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자 라면은 별미가 됐다. 1990년대부터 각종 조리법이 생겨났다.
군대에서는 봉지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조리하는 ‘뽀글이 라면’이 개발됐고 2010년대에는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함께 먹는 ‘짜파구리’가 인기를 끌었다. 2020년에는 오뚜기 열라면 반 봉지에 순두부 반 모를 넣어 순두부찌개처럼 끓여먹는 레시피가 유행하며 열라면의 매출도 덩달아 늘었다. ○모디슈머들은 라면을 어떻게 먹을까모디슈머(자신의 뜻대로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라면 레시피는 더욱 다양해지는 추세다. 라면 제조기업들은 모디슈머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신제품을 내놓기도 한다.
물기가 없는 볶음면이나 비빔면은 다양한 레시피가 탄생하는 ‘보고’다. 국물류가 아니기 때문에 조리가 더욱 간편하기 때문이다. 영화 ‘기생충’에 등장해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짜파구리 또한 짜파게티에 물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분야 최강자는 불닭볶음면이다.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을 중화할 수 있는 치즈와 식감을 더해주는 옥수수콘을 넣은 ‘콘치즈불닭볶음면’은 불닭애호가들 사이에서 유명한 레시피다. 모짜렐라치즈, 옥수수콘, 설탕, 마요네즈를 섞어서 콘치즈를만들어둔 뒤에 오리지널 불닭볶음면 위에 얹고 전자레인지에 1분 30초간 돌리면 된다.
로제불닭볶음면에 스트링치즈를잘게 쪼개 얹은 뒤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방법도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불닭볶음면 단품만 사 가는 고객들은 거의 없다”며 “스트링치즈나 소시지같은 냉장 토핑이 함께 판매된다”고 전했다. 매운 맛에 취약한 해외 소비자들의 경우 불닭볶음면 소스에 마요네즈와 체다치즈를 넣어 먹는 방법이 통용되고 있다.
진라면 컵라면으로 볶음밥을 만들어 먹는 방식은 최근 인터넷 상에서 화제다. ‘진라면 볶음밥’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 음식은 면을 잘게 부순 후 스프와 뜨거운 물 소량을 부어 불린 뒤에 밥과 함께 볶아 만들면 된다. 오뚜기는 지난해 8월 소비자들의 레시피를 실제로 제품화해 진라면 볶음밥을 정식 출시했다.
그렇다면 라면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가장 맛있는 레시피는 무엇일까. 역설적이게도 정답은 ‘봉지 뒷면의 레시피’다. 연구원들이 수만번의 시험을 거쳐 내놓은 명료한 레시피이기 때문이다. 한 라면제조업체 관계자는 “면발의 굵기와 종류에 따라 물의 정량, 스프와 면을 넣는 시점, 불을 꺼야하는 시점 등을 계산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