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최근 1년 시가총액 증가율이 4대 그룹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전, 통신, 화학이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하는 가운데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배터리 등 신사업이 성과를 낸 덕분으로 분석된다. 산업계에선 취임 이후 사업 재편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변화와 혁신’ 리더십이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가총액 순위, LG가 2위한국경제신문은 9일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국내 4대 그룹(자산총액 기준) 상장사 59곳의 최근 1년(2022년 3월 31일~2023년 3월 31일) 시가총액 증감을 조사했다. 시총이 가장 많이 증가한 그룹은 LG였다. 같은 기간 209조5569억원에서 246조248억원으로 17.4% 늘었다. 삼성 상장사 시총 합계는 4.8%, SK는 26.9% 감소했다. 현대차(-0.29%)는 별 차이가 없었다. 배터리 강자 LG엔솔 약진LG그룹의 선전은 배터리의 약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LG 계열사 중 시총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도 배터리 업체 LG에너지솔루션(103조4280억원→136조6560억원)이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이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배터리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원통형 배터리의 리더로 꼽힌다. 글로벌 원통형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2년 36조8000억원에서 2026년 70조2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고객사 공략에 적극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에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 등을 공급하고 있는 LG화학도 시총이 크게 불어났다.
전장 역시 LG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LG그룹은 인포테인먼트시스템(LG전자), 파워트레인(LG마그나), 차량용 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카메라·통신 모듈(LG이노텍) 등으로 분업화한 ‘황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전장 수주 잔액이 100조원에 달할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핵심 플레이어’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엔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LG전자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이익(1697억원)을 냈다. 올 1분기에도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수주 실적이 쌓이면서 LG 전장 부품이 고객사로부터 ‘제값’을 받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계열사 연매출 200조 돌파 전망가전, 통신, 첨단소재 등 기존 사업도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다. 수치로 증명된다. LG 계열 상장사의 매출 합계(연결 기준, 중복 제외)는 2020년 139조2152억원에서 2021년 175조6454억원, 2022년 190조2925억원으로 급증했다.
산업계에선 구광모 회장이 2018년 6월 취임 이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변화와 혁신’ 리더십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회장은 스마트폰, 태양광 같은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전장과 배터리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을 물밑에서 진두지휘했다.
구 회장의 최근 관심사는 ‘미래 사업 발굴’인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전장 이후 LG를 이끌 먹거리로 인공지능(AI), 바이오(Bio), 기후기술(Clean tech) 등 이른바 ‘ABC’ 사업을 꼽고 구체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구 회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성장 축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10년, 15년 뒤를 대비한 미래 기반 확보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