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80% 회복"…명동 상권 '기지개'

입력 2023-04-07 17:30
수정 2023-04-17 19:25

7일 찾은 서울 중구 명동거리 일대는 평일 오후임에도 인파로 붐볐다. 개업을 준비하기 위해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상점들이 눈에 띄었다. 서울 대표 상권인 명동은 코로나19 사태로 공실률이 한때 40%를 웃돌 정도였지만 해외 관광객이 다시 발길을 돌리면서 작년 4분기 공실률이 21%대까지 낮아졌다.

명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한 집 건너 비어 있던 상가에 새 점포가 하나둘 들어오고 있다”며 “임대료도 코로나19 전 대비 80% 수준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명동 상권에 봄바람…공실률 절반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던 명동 상권에 동남아시아, 일본 등지의 해외 관광객이 다시 찾으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명동 일대의 상가 공실률(연면적 330㎡ 이하 소규모 상가 기준)은 지난해 4분기 기준 21.5%로, 같은 해 1분기(42.1%)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명동은 부동산원이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을 조사하는 17개 도시, 232개 상권 중 가장 공실률이 높았던 상권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주 타깃인 명동은 코로나19 사태의 최대 피해 상권이었다. 지난해 4분기 명동 공실률(21.5%)도 서울 상권 평균 공실률(6.2%)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다. 홍대·합정(작년 1분기 공실률 16.7%→4분기 10.9%), 신촌·이대(13.8%→9%) 등 다른 상권보다 타격이 컸다.

올 들어 명동 상권에서 부활하는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명동 골목 곳곳에는 개업을 준비하느라 공사 중인 점포가 적지 않았다. 명동 지역의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작년엔 절반 정도가 문을 닫았고 남은 상가도 속칭 ‘깔세’라고 6~9개월 임시로 빌리는 사례가 많았다”며 “올해 플래그십 스토어 등이 줄지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료 수준은 80% 회복임대료 수준도 1년 전에 비해 회복세가 두드러진다는 설명이다. 명동역 인근 C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명동4길 골목에 있는 상가가 최근 월세 800만원대에 계약이 이뤄졌는데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600만원 선까지 떨어졌다”며 “코로나19 전 월세 수준인 1200만원대까지 회복되진 않았지만 최악의 시기는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명동 내 건물을 보유한 D씨(54)는 “코로나19 전보다 임대료가 4분의 1토막 났었다”며 “작년 12월 새로 계약할 때 보니 2년 전보다 임대료가 많이 회복됐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전보다는 낮다”고 말했다.

명동 상인은 손님의 발길이 잦아지자 빠른 상권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올해 1월 이곳에 문을 연 한 화장품 가게 사장은 “임대료가 보증금 5억원에 월세 4500만원이라 다른 상권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지만 관광객 수요가 살아나는 것 같아 들어왔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주요 상권 1층 점포의 지난해 기준 통상임대료(월세+보증금 월세 전환액+공용관리비)를 조사한 결과 임대료가 가장 높은 곳은 명동 거리로 월평균 1232만원 수준이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명동 빌딩 소유주는 대체로 대출 없는 전통 자산가여서 공실을 감수하더라도 임대료를 낮추지 않는 특징이 있다”며 “외국 관광객 유입 지속과 금리 불확실성 해소 기대로 명동 상권은 갈수록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오유림 기자 summit@hankyung.com